“‘늑대소년’을 찍으며 제 자신을 떠나 보내는 느낌이 들었어요. 연기 인생에서 마지막 소년이 될 것 같아서였죠.”
31일 개봉하는 영화 ‘늑대소년’의 주인공 늑대소년 철수를 연기한 배우 송중기는 “반면에 드라마 ‘착한남자’의 마루는 이제 내게 있어 남자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이라며 상반된 캐릭터를 맡은 두 작품 모두에 애착을 드러냈다.
영화에서 그가 맡은 역은 야생에서 자란 위험한 존재인 늑대소년이다. 외로운 소녀 순이(박보영 분)를 만나 교감을 나누며 인간이 되어가고, 운명적 사랑을 하게 된다.
우유 빛깔 꽃미남 이미지인 그가 대사도 거의 없는 늑대소년 연기를 선택한 건 쉽지 않았을 터. “주위에서 다들 말렸어요. 한국 영화에선 없었던 캐릭터인데 굳이 위험한 걸 나설 필요가 있냐라는 지적이었지요. 조성희 감독이 용기를 줬습니다. ‘한번도 없던 캐릭터이기에 잘하면 중기씨 것이 되고, 못해서 욕 먹으면 함께 나누자’하더라고요. 딱 믿음이 갔죠. 또 유일무이한 캐릭터란 것에 치명적으로 매력을 느꼈습니다.”
그는 이어 “생소한 영역이라도 내게 주어지면 하는 스타일”이라며 “연기의 스펙트럼을 넓히려면 망가지는 연기도 해봐야 하고, 스캔들이나 구설수 등 외적인 것이 아니라면 작품 안에서 망가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고 덧붙였다.
“대사가 없으니 외울 것 없어 거저먹을 수도 있겠다 생각했어요. 하지만 말 대신 행동을 외워서 들어가야 했습니다. 경찰 역으로 나왔던 이준혁 선배에게서 마임을 배웠죠. 그는 마임을 전공해 ‘한국의 앤디 서키스’로 불리는 분입니다. 늑대의 움직임, 표정 행동을 마임을 통해 많이 연습하고 테크닉을 배웠습니다.”
실제 대사는 없었지만 대본에 자기 대사를 상상해 직접 적어놓았다는 송중기는 “마음 속의 대사가 감정을 표현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라고 설명했다.
그는 실제 늑대와 개들을 관찰하면서 연기에 대한 힌트를 많이 얻었다고 했다. “동물원에 가서 봤던 늑대는 초라해 보였어요. 하지만 등심을 던져주니까 싹 바뀌더군요. 무섭게 달려들어 고기를 물어선 고개를 쳐들고 꾸역꾸역 목구멍으로 밀어 넣더라고요. 먹으면서 계속 주위를 경계하는 눈동자도 인상 깊었죠. 저걸 꼭 따라 하고 싶어 감독에게 고집을 피워가며 음식 먹는 신에 옮길 수 있었습니다.”
영화‘늑대소년’과 드라마 ‘착한남자’의 사랑은 극명하게 대비된다. “철수는 ‘기다려’ 하면 ‘늑대소년2’가 나올 때까지도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마루는 끝난 사랑에 미련을 두지 않고 냉정해요. 마루의 사랑은 현실적이고 철수의 사랑은 판타지인거죠. 실제 저의 사랑은 마루에 가깝습니다.”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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