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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현 교수의 감성의학] 마음을 물끄러미 바라볼 때 진정한 쉼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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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현 교수의 감성의학] 마음을 물끄러미 바라볼 때 진정한 쉼이 시작된다

입력
2012.10.18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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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이상하게 컴퓨터 앞에 앉으면 나도 모르는 사이 인터넷 검색 창에 이민이란 단어를 쓰고 먼 나라를 찾아보고 있는 저를 발견해요.". 잘 나가는 연예인이 찾아와 털어놓은 고민이다. '다 때려 치우고 어디로 멀리 떠나고 싶다', 감성 노동에 치친 우리의 마음이니, 심리적 회피 반응이라 부른다. 스트레스 받는 곳으로부터 멀리 도망치고픈 본능이다. 일이 잘 풀리고 이성적 성취가 커도 감성은 지칠 수 있다. 감성 노동은 모범생들의 병이다. 내 감성의 욕구는 누르고 주변에서 원하는 모습으로 사는 것, 사회의 요구에 순응하는 것 자체가 노동인 것이다.

퇴근 후 하루 편하게 의자에 앉아 쉬려는 마음에 TV를 켰다. 그런데 나오는 방송 프로그램을 보고 있자니 머리가 더 무겁고 세상 살기가 무서워졌다. 먹거리 관련 고발 방송이 여러 곳에서 방송되고 있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냉면ㆍ만두ㆍ떡볶이ㆍ튀김에 대한 고발 등이다 보니 마음 편히 사 먹을 음식이 보이지 않았다. 병원 앞 단골 길거리 분식집이 떠오르며 불쾌감이 생겼다, '다시는 가나 봐라', 다짐했다.

'Mindfulness (마음 챙김)'는 자신의 마음을 판단하지 않고 행동 변화를 위한 결정도 하지 않은 채 물끄러미 바라보는 '마음 관찰하기' 테크닉이다. 넘쳐나는 정보와 사회적 요구 사항에 맞추다 보니 현대인의 감성은 한계에 다다를 정도로 지쳐있다. 잘 나가는 연예인의, 멀리 떠나고픈 마음은 증상이지 솔루션이 되지 못한다. 현재의 스트레스를 날리기 위해 한 먼 나라 여행은 보다 큰 피로만 가져오기 일쑤다. 쉬는 것이 생존만큼이나 쉽지 않으니 이중고다. 행동과 사고에 네트워크처럼 얽혀, 감성이 자동화된 프로그램처럼 맞물려 돌아가기에 쉼을 얻기 어렵다. 근무 시간 슬쩍 나와 쉼을 즐기던 분식점마저 고발 정보와 감성이 엮이면서 회피라는 자동화한 행동 패턴을 만들어 버리니 쉴 곳이 점점 없어지고 만다.

쉼을 얻는다는 것은 생존을 위해 즉각적인 반응을 하다 지친 감성 시스템에 부드러움과 편안함을 주는 것이다. 공격 상태에서 평화 상태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감성 시스템과 이성 - 행동 시스템의 연결을 풀어주어야 한다. 운전할 때 누가 끼어들면 확 가속 페달을 밟으며 빵빵 경적을 울린 적이 있는가, 그 운전자의 몰상식에 분노를 느끼며 욕한 적이 있는가. 자동화돼 버린 공격형 감성 - 행동 패턴인 것이다.

여유 없이 바쁜 세상이라 하지만 정말 물리적인 바쁨일까, 1초 단위로 살아야 하는 사람이 정말 있을까, 그것은 실제의 진실이 아닌 마음의 '허구적 쫓김'이다. 누군가 내 차선으로 끼어든다면 그 때의 내 마음을 그냥 관찰한다. 분석하지도 행동하지도 않는다. 부정적인 감정은 경고의 신호일뿐 진실은 아니다. 부정적인 감정에 반응하지 않을 때 우리 감성 시스템은 주변을 평화 상태로 인식하고 쉼에 들어간다. 그 쉼 안에서 새로운 삶의 의미와 창조성이 재충전된다.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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