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보험사들이 보험상품을 팔수록 손실이 늘어나는 역마진 공포에 떨고 있다. 자산운용수익률은 2008년 금융위기 이래 최악에 빠졌고, 보험 보유 계약 증가율은 역대 최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초저금리가 이어지며 마땅한 투자처 찾기도 힘든 상황이다. 일부 보험사는 자구책으로 빌딩매입, 감원 등을 통한 비용부담 완화에 나섰다.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2012회계연도 1분기(2012년 4월~2012년 6월말) 생보사의 운용자산 이익률이 5.1%에 그쳤다. 글로벌 금융 위기가 닥친 2008년(4.8%)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이번 통계에는 7월과 10월 기준금리 인하 여파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2012회계연도 전체로는 영업이익 하락폭은 더 심각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체별로는 24개 생보사 가운데 BNP파리바 카디프생명의 자산 운용 이익률이 가장 낮은 4.4%를 기록했고, AIA생명 4.6%, 라이나생명ㆍPCA생명 4.8%, 농협생명 4.9% 등 7개사가 1분기 4%대에 그쳤다. 업계 1위 삼성생명도 4.7%였다. 운용자산 이익률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10% 초반대를 유지했으며 2000년대 들어서도 평균 5% 중후반~6% 중후반 대를 기록했다. 설상가상으로 보험사들은 매출부진에도 시달리고 있다. 2012회계연도 1분기 생보사의 보유계약 증가율은 1%에 그쳐, 1995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래 최저를 기록했다. 불경기라 보험가입 고객이 급감한 결과다.
A생보사 관계자는 “잇따른 금리 하락으로 주요 운용 자산인 채권과 대출 등의 이자 수익이 감소하고 있다”며 “하자만 과거에 고금리를 보장했던 보험상품의 보험료 지급은 계속 이뤄지고 있어 자산 운용에 역마진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보험사는 매달 제시하는 저축성보험의 공시이율을 하향하고 있다. 삼성ㆍ한화ㆍ교보 등 빅3 생보사는 공시이율을 ▦8월 4.86% ▦9월 4.73% ▦10월 4.60%로 내렸다.
또 보험사들은 과거 역마진으로 대거 도산했던 일본 생보사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긴축재정에 들어갔다. 한화생명이 해외부동산 매입을 통한 적극적인 자산운용에 나선 반면, 일부 생보사는 연말께 신입사원 채용 축소, 명예퇴직 등으로 기존 인력의 10%가량을 줄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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