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배구연맹(KOVO)이 1년 만에 새 총재를 찾았다. LIG손해보험 대표이사인 구자준(62) 신임 총재는 2012~13 시즌을 코앞에 두고 안정적인 연맹의 운영을 위해 기존의 집행부를 유임하기로 결정했다. 각 구단들이 박상설(59) KOVO 사무총장의 공적자금 유용 의혹을 지적했지만 신임 총재는 면죄부를 줬다.
그렇지만 또 다른 변수가 생겼다. 박 총장이 지난 16일 징역 8월의 법정 실형 선고를 받은 것. 인천지방법원은 대우자동차판매 대표이사 재직 시절 직원의 임금을 체불한 혐의로 박 총장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최종 판결은 아니지만 1심의 결과만으로도 박 총장은 도덕성에 큰 타격을 입었다. KOVO의 공적자금 유용 의혹으로 부도덕성이 도마에 오른 뒤 라 더 씁쓸하다. 박 총장은 1심에 불복해 항소할 예정이다. 워크아웃에 들어간 회사의 대표로서 어쩔 수 없이 감당해야 하는 절차라며 버티고 있다.
KOVO는 '실형을 받았지만 아직까지 최종 판결이 아니기 때문에 해임 사유는 되지 않는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KOVO 정관 제3장 제14조에는 '금고 이상의 형을 받고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된 후 3년이 경과하지 아니한 자는 임원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LIG손해보험의 관계자도 "형이 확정되지 않았고 연맹에 심각한 해를 미친 게 아니기 때문에 해임 사유가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규정 탓에 프로리그를 관장하는 연맹의 이미지와 명예가 훼손돼도 아무런 상관이 없단 말인가. KOVO는 이미 박 총장으로 인해 큰 타격을 입었다. 게다가 도덕성에 흠이 난 인사에게 연맹의 기금을 총괄적으로 관리하는 업무를 계속 맡기겠다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총재의 눈치만 보고 있는 다른 회원사들도 답답하기만 하다. KOVO는 17일 각 구단의 사무국장들이 모이는 실무회의를 열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박 총장의 거취 문제를 놓고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총재의 눈 밖에 나기 싫어서 움츠리는 이 같은 행동은 명백한 직무유기다.
법정 공방이 계속되는 한 박 총장은 '뜨거운 감자'가 될 수밖에 없다. KOVO를 대표하는 '얼굴'이 오히려 '짐'이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진정 프로배구의 발전을 원한다면 본인 스스로 결단을 내려야 하는 시점이다. 구자준 신임 총재가 26일 취임식에서 어떤 결론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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