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은 연장에 강했다. 연장 10회까지 4시간32분의 혈투 끝에 기어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 놓았다. 앞서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에서 2차례 연장 10회 승부를 포함해 이날까지 3차례 연장 승부를 모두 따내 '연장 불패'의 신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역대 포스트시즌 연장전 14경기에선 10승1무3패.
롯데의 이날 승리는 '행운의 사나이' 정훈(25)이 가져왔다. 2006년 현대 신고선수 출신, 2010년 롯데 입단, 올해 연봉 3,000만원. SK와 롯데의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2차전 영웅의 프로필이다. 백업 내야수인 정훈이 귀중한 밀어내기 볼넷으로 플레이오프를 원점으로 돌렸다.
정훈은 17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SK와의 2차전에서 4-4로 팽팽히 맞선 연장 10회초 2사 만루에서 상대 마무리 정우람으로부터 볼넷을 얻어내 팀의 5-4 승리를 이끌었다. 전날 1-2 패배를 딛고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롯데는 19일 오후 6시 장소를 부산 사직구장으로 옮겨 3차전을 치른다.
경기는 SK가 이끌었다. 하지만 롯데는 끈질긴 추격전을 펼치면서 뒤집기에 성공했다. SK는 0-0이던 1회 1사 1루에서 3번 최정이 롯데 선발 송승준으로부터 좌월 2점 홈런을 뽑아내면서 기선을 잡았다. 송승준의 시속 121km 높은 커브를 잡아당겨 120m짜리 홈런을 만들었다.
롯데도 4번 홍성흔의 솔로 홈런 한 방으로 1차 추격에 시동을 걸었다. 0-2이던 2회 선두타자로 나선 홍성흔은 SK 선발 윤희상의 시속 130km짜리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왼쪽 담장을 넘겼다.
2-1로 불안한 리드를 하던 SK는 6회말 최정의 좌전안타와 5번 박정권의 볼넷으로 만든 2사 2루에서 7번 조인성이 바뀐 투수 정대현으로부터 좌중간을 가르는 싹쓸이 2타점 2루타를 터뜨렸다.
1-4로 패색이 짙던 롯데는 7회 대반격을 시작했다. SK가 믿는 엄정욱-박희수-정우람으로 이어지는 '필승조'가 뒤흔들렸다. 6이닝 6안타 1실점으로 호투한 윤희상을 구원한 엄정욱을 상대로 내야안타와 유격수 실책, 폭투로 무사 1ㆍ3루 기회를 잡은 롯데는 9번 문규현의 2루수 앞 땅볼로 1점을 따라붙었다. 계속된 1사 2루에서 1번 김주찬의 우익수 왼쪽에 떨어지는 1타점 2루타를 날려 엄정욱을 마운드에서 끌어내렸다. 대타 조성환은 1사 2루에서 바뀐 투수 박희수를 상대로 1타점 중전 적시타를 터뜨려 4-4 동점을 만들었다.
롯데는 7회말 무사 3루, 9회 1사 2루 위기를 넘기면서 승부를 연장전으로 몰고 갔다. 플레이오프 역대 17번째이자 포스트시즌 44번째 연장전.
결국 승리의 여신은 롯데의 손을 들어줬다. 4-4이던 연장 10회초 1사 후 7번 전준우의 몸에 맞는 볼, 8번 황재균의 중전안타, 9번 문규현의 투수 앞 번트로 2사 2ㆍ3루를 만들었다. 다음 타자는 3안타를 몰아친 김주찬. SK 마무리 정우람은 김주찬을 고의 4구로 출루시켜 2번 정훈에게 승부를 걸었다. 하지만 정훈은 볼카운트 1-3에서 침착하게 볼을 골라내 3루에 있던 전준우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SK는 10회 바뀐 투수 최대성을 상대로 1사 1ㆍ3루의 동점 찬스를 잡았지만 8번 최윤석이 삼진, 9번 임훈이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7회 1사 3루에서 마운드에 오른 롯데 김성배는 2.2이닝 2안타 1삼진 무실점으로 역투해 승리 투수가 됐고, 5-5로 앞선 연장 10회 등판한 최대성은 1이닝 2안타 1실점 무실점으로 세이브를 따냈다.
롯데 타선에서는 전준우가 플레이오프 최다 안타 타이인 4안타를 몰아쳤고, 김주찬이 5타수 3안타 1득점 1타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인천=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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