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경찰관이 국내 굴지의 한 식품기업 회장 자택을 범행 대상으로 강도를 저지르기로 모의했다가 붙잡혀 충격을 주고 있다.
부산지검 동부지청 형사3부(부장 김욱준)는 강도 범행모의에 가담한 혐의(강도예비 등)로 서울 양천경찰서 류모(54) 경사와 정모(42)씨를 구속기소했다고 17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류 경사는 평소 알고 지내던 자동차 판매원인 김모(45·구속)씨로부터 지난 4월 대기업 N사 H회장의 서울 성북동 자택에 침입해 함께 금품을 털자는 범행 제안을 받았다. 투자 실패 등으로 수억원의 채무를 안고 있던 류 경사는 김씨의 제의를 받아들였다. 김씨는 류 경사와 정씨 및 공범 2명(미체포)과 공모해 8월까지 H회장 자택 주변을 사전 답사하는 한편, 추가로 특수부대출신 중국인 3~4명을 입국시키기로 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 계획을 짰다. 이들은 지문 채취 등 경찰 수사를 피하기 위해 중국인을 개입시키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김씨는 모의 과정에서 대범하게도 류 경사에게 총을 가져올 것을 제안했으나 실패했다. 대신 류 경사는 단속 정보 및 대포폰, 대포차량 등을 준비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류 경사는 달아난 공범 강모씨의 수배 사실을 조회해 알려주는 등 3차례에 걸쳐 공무상 비밀을 누설한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범행은 김씨가 또 다른 강도사건을 벌이다 지난 7월 구속되면서 무산됐다. 검찰은 김씨 휴대전화에서 김씨가 다른 강도 범행을 모의하는 과정에서 역할을 분담하는 내용의 통화녹음 파일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자동차 판매원 신분을 이용해 재력가의 운전기사 등을 통해 범행대상의 자세한 정보를 수집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또 현대그룹 대북송금사건 핵심인물인 김영완(59)씨 집에서 2002년 100억원대 금품을 강탈한 장모(58ㆍ구속)씨가 지난해 4차례 벌였던 또 다른 강도 사건을 김씨가 지휘한 사실도 추가로 밝혀냈다. 검찰 관계자는 “경찰이 오락실 또는 주점 업주와 유착한 사례는 많지만, 강도사건에 직접 가담했다가 적발된 사례는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부산=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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