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 남은 미국 대선 판세의 최대 변수로 관심을 모은 16일 대선후보 2차 TV토론회에서 민주당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선전했다. '오바마가 돌아왔다'는 평가가 많아 밋 롬니 공화당 후보의 상승세가 꺾일지 주목된다. CNN방송의 토론 승자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오바마 46%, 롬니 39%, CBS방송 조사에서도 오바마 37%, 롬니 30%로 나타났다. 민주당은 오바마의 성적에 안도하며 1차 토론 완패의 충격에서 벗어나고 있다. 공화당은 롬니가 경제와 외교 등 정책에서 오바마보다 높은 점수를 받아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기대했다. 뉴욕주 롱아일랜드 호프스트라대학에서 열린 이날 토론회에는 부동층 유권자 82명이 참석했다. 사회는 캔디 크롤리 CNN방송 기자가 맡았다. 외교정책이 주제인 마지막 3차 토론회는 22일 열린다.
공격적인 오바마
1차 토론 때 너무 점잖았던 오바마는 초반부터 작심한 듯 공격적으로 나왔다. 롬니의 말을 중간에 끊고 부인하고 꾸짖었다. 또 손과 머리를 흔드는 '보디 랭귀지'를 했다. 오바마 선거캠프는 토론 10분도 안돼 이런 오바마를 보며 '오바마의 귀환 환영'이란 평가를 내렸다. 철저히 준비한 오바마는 롬니를 향해 부자들의 꼭두각시, 아웃소싱의 선구자, 석탄 챔피언, 부자를 걱정하는 엘리트주의자라고 수시로 카운터 펀치를 날렸다. 또 롬니의 대표 공약인 일자리 창출 5개 플랜을 "이것은 1개짜리 플랜이고, 바로 돈을 많이 벌고 세금을 적게 내는 것"이라며 부자 공약으로 몰아세웠다. 오바마는 "롬니가 디트로이트를 파산시키려 했다" "리비아 사태에서 최종 책임을 인정하지만 롬니가 국가안보를 정치에 이용한 것은 모욕"이라는 등 롬니를 맞받아쳤다. 롬니가 세운 베인캐피털이 중국에 투자한 것을 두고는 "그는 결코 중국에 강력하게 대처할 지도자가 아니다"라며 이중성을 비난했다.
경제에 올인, 롬니
롬니는 1차 토론 승리 여세를 몰아 안정감 있고 신뢰를 주는 후보임을 강조하려 했다. 여성 유권자 공략을 위한 정책을 선보이며 자신의 정책을 중도노선으로 수정했다. 그는 "오바마 집권 4년 동안 중산층이 붕괴했고, 10조달러이던 국가채무는 16조달러로 늘었다"며 "그가 미국을 그리스와 같은 길로 인도했다"고 비판했다. 롬니는 "취임 첫날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며 오바마의 대중국 환율ㆍ무역 정책을 비난했다.
롬니가 사회자와 발언 기회를 놓고 몇 차례 다툰 것은 최대 실수였다. 또 오바마가 리비아 사태가 테러란 사실을 뒤늦게 인정했다고 비난했으나, 사회자가 사태 초기 오바마가 백악관 로즈가든 연설에서 테러공격을 언급했다고 수정하기도 했다. 롬니는 1차 토론에 비해 다소 긴장돼 보였고 목소리도 갈라졌다.
시청자 무시한 말싸움
흥분한 두 후보는 상대방 말에 끼어들지 않기로 한 합의를 어겨가며 공방을 벌였다. 토론 초반 일자리 문제로 다투던 두 후보는 지난 4년 동안 원유생산이 증가했는지를 놓고 불꽃 튀는 격론을 벌였다. 서로 '사실이다' '사실이 아니다'는 말을 반복하며 자기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어떤 때는 면전에서 상대방을 공격하며 수시로 말을 잘랐다. 그러나 주장 대부분이 보는 시각에 따라 진위가 바뀌는 '통계'에 불과한 것들이어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과거에는 토론 때 시청자를 의식해 말다툼을 자제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여성 사회자 크롤리는 톤이 높아가던 토론 분위기를 잘 통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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