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풍에 돛 단 듯 했던 '최강희호'가 풍랑에 시달리고 있다.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이 시작될 때만 해도 8회 연속 본선행 여정이 전에 없이 순탄할 것 같았지만 갑작스럽게 가시밭길로 변할 전망이다.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7일 오전(한국시간) 테헤란 아자디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란과의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 A조 4차전에서 0-1로 졌다. 테헤란 원정에서 고전했던 경험이 있고 전반전에 두 차례나 슈팅이 골대를 때리는 불운이 겹쳤지만 후반 7분 마수드 쇼자에이의 퇴장으로 40분 넘게 11대 10으로 싸웠음에도 오히려 결승골을 내주고 무너졌다는 점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생각할 이유는 없다. 10만 관중이 적대적인 응원을 펼치고 해발 1,200m 고지인 테헤란의 텃세에 정상적인 경기력을 발휘하기 어려웠을 수 있다. 게다가 골대를 때린 두 개의 슈팅 가운데 하나만 들어갔어도 결과가 달라졌을 수 있다. 하지만 지나친 낙관론 또한 경계 대상이다.
지난달 우즈베키스탄과의 원정 경기(2-2)에서 좋지 않던 내용을 보인데 이어 너무나 아쉬운 패배를 당했다. 남은 네 차례 경기에서 이런 모습이 재현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팀이 올바른 방향으로 향하고 있는지 총체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변화와 실험은 언제나 필요하다. 그러나 과유불급이라 했다. 중요한 승부처에서 처음 쓰는 카드를 빼어 들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김신욱(울산)은 박주영(셀타 비고)과 A매치에서 선발 출전해 호흡을 맞춰본 경험이 없다. 지난달 우즈베키스탄과의 원정 경기 후반에 잠시 함께 투입됐지만 두 선수는 인상적인 장면을 만들지 못했다.
이란전에 나란히 투입된 김신욱과 박주영은 전반전 내내 겉돌았다. 그러나 경기 종료까지 김신욱과 박주영 모두 교체되지 않았다.
'슈퍼 서브'라는 표현이 있다. 교체로 출전했을 때 유독 강점을 보이는 선수를 말한다. 김신욱은 대표팀 공격수 가운데 교체 출전해 좋은 활약을 보인 경험이 가장 많은 선수다. 지난 6월 카타르와의 브라질 월드컵 최종 예선 1차전(4-1)에 교체 출전해 골을 터트리며 좋은 활약을 펼쳤다. 지난해 7월 리그컵 준결승에서는 후반 교체 투입돼 4골을 작렬하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반면 손흥민(함부르크)은 여러 차례 A매치에 교체 출전했지만 폭발력을 보이지 못했다. 이란전에서도 후반 7분 투입됐지만 별다른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윤석영(전남)-곽태휘(울산)-정인환(인천)-오범석(수원)으로 구성된 포백 수비 라인도 처음 실전에 투입되는 조합이었다.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지 않았으니 변화와 실험은 또 다시 시도할 수 밖에 없다. 최 감독이 부임한 후 8차례의 A매치를 치렀는데 여전히 베스트 11의 여러 자리는 의문 부호로 남아 있다. 브라질 월드컵 최종 예선의 반환점을 돌았다. 변화와 실험의 결론이 도출될 때도 됐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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