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에서 확산되고 있는 아프리카 열대 풍토병인 웨스트나일열 환자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확인됐다. 해외에서 감염된 것이지만 매개모기를 통해 퍼질 가능성이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17일 "아프리카 기니에서 1~6월 거주한 남성 A(59)씨가 모기에 물린 뒤 고열, 두통 등 증상이 발생해 현지에서 2주간 치료를 받다 증세가 악화돼 6월 말 귀국했다"며 "A씨는 국내 병원에서 두통, 근육마비 등의 치료를 받아 상태가 호전되고 있다"고 밝혔다. 웨스트나일열이 2011년 법정 감염병(4군)으로 지정된 뒤 첫 국내환자다.
웨스트나일열은 웨스트나일 바이러스에 감염된 빨간집모기에 물려 감염되는 급성 중추신경계 질환이다. 드물게 수혈, 장기이식 등으로도 감염된다. 감염자의 80%는 아무 증상 없이 낫지만 20%에서 발열, 두통, 구토, 피부발진, 심하면 근육마비 현상이 나타난다. 잠복기는 2~14일이며, 증상 발현자의 3.3%가 사망하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웨스트나일열의 치사율(0.68%)은 사스(약 10%)나 조류인플루엔자(약 50%)보다는 낮은 편이나 치료제나 예방백신이 없고, 매개모기인 빨간집모기가 국내 도시지역에 널리 퍼져 있어 보건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웨스트나일열 환자를 물었던 모기에 물리면 감염된다.
특히 국내 여행객이 많은 미국 전역에서 감염자가 급증하고 있어 국내 유행 가능성이 우려된다. 웨스트나일열은 1937년 아프리카 우간다의 나일강 서쪽 지역에서 처음 발견된 후 유럽, 중동 등으로 퍼져나갔다. 미국에서는 1999년 첫 보고 후 감염자가 급증, 올해에만 4,149명에게 증상이 나타나 168명이 사망했다.
권준욱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관리센터장은 "웨스트나일열은 예방백신이 없어 우리나라에 토착화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아프리카, 미국 등지를 방문하는 여행객들은 가능한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주의하고, 입국 후 증상이 나타나면 보건소와 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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