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정부는 금융위원회의 관료 독점 폐해를 깨기 위해 금융감독 기능을 다시 분리하고 국회의 견제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관치금융의 질긴 고리를 제도적으로 끊어내자는 취지다.
16일 한국금융연구센터에 따르면 현재 금융위는 위원장을 포함한 상임위원 4명 중 3명이 옛 재경부 관료 출신이고, 당연직 4명 중 한국은행 부총재를 제외한 3명이 관료 출신이다. 금융연구센터는 "독립성, 전문성, 책임성 등 금융감독 3대 원칙이 관료들의 독식에 의해 훼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감독기구의 관료 독점 역사는 뿌리깊다. 외환위기 이듬해인 1998년 4월 합의제 행정위원회 조직인 금융감독위원회가 출범했지만 초기부터 옛 재경부 관료 출신들이 장악했다. 금감위 10년간 임명된 위원장 6명 전원, 상임직 20명 중 18명(90%)이 옛 재경부 출신이었다. 심지어 자본시장 업무의 전문성을 감안해 별도 설치한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9명도 전원 재경부 출신이었다. 무늬만 독립기구였던 셈이다.
MB 정부 들어 기획재정부의 금융정책 기능과 금융감독 기능이 금융위원회로 통합됐지만 관료들의 위원직 싹쓸이 행태는 달라지지 않았다. 현 정권에서 금융위 상임직을 지낸 14명 중 10명은 역시 관료 출신이었다.
더구나 15년간 임기(3년)를 마친 위원이 고작 1명에 불과할 정도로 독립성 보장은 취약했다. 평균 재직기간은 금감위 12개월, 금융위 15개월에 불과했고, 한달 남짓 자리만 채우고 떠난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위원은 퇴임 후에도 정부 내 승진이나 산하 기관장 취임으로 승승장구했다.
관료들끼리 정권 눈치를 보며 자리를 나누다 보니 금융감독의 독립성과 중립성이 제대로 지켜질 리 없다. 금융연구센터는 "김대중 정부 시절 내수 진작을 위한 신용카드 대출 확대 묵인과 2003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허가, 산업자본 심사 판정 회피 및 정보공개 요청 거부, 최근 저축은행 부실 은폐 등 불투명하고 폐쇄적인 운영으로 관치금융의 폐해가 지속됐다"고 평가했다.
이를 막기 위해 금융연구센터는 "국회의 견제장치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금융위를 다시 분리해 금융정책 기능으로부터 금융감독 기능을 독립시키는 한편, 별도의 금융감독위원회를 설치할 경우 관료들이 위원직을 독식하지 않도록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대안으로 현재 방송통신위원회 위원 선임 방식이 거론됐다. 감독위원회 상임위원 선임 권한을 대통령에게만 부여하지 말고 여당과 야당에게도 선임 추천권을 주는 식이다. 금융연구센터는 "관료들의 순환보직과 회전문 인사 수단의 기회를 차단하기 위해 임기 역시 5년으로 연장하고, 중간 퇴임 시 보궐위원의 임기는 전임자의 잔임 기간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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