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폭력배의 합법적 자금줄로 알려진 경조사비가 사법처리 대상이 될 수 있을까. 경찰이 유례없이 조폭이 대거 참여한 결혼식의 축의금 공갈 납부 여부에 대한 내사에 착수했다.
16일 경북경찰청 광역수사대에 따르면 한달 전인 지난달 15일 경북 청도군 화양읍 문화체육센터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J(51)씨의 결혼식에는 지역에서 다방과 술집, 음식점 등을 운영하는 영세 상인 상당수가 축의금을 전달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경찰은 이들 대부분이 J씨와 특별한 친분은 없으나 주변 조폭들의 공갈로 최소 10만원부터 수십, 수백만원의 축의금을 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업소보호비 명목으로 돈을 뜯기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것이 경찰의 판단이다.
하지만 관건은 경조사비가 공갈의 범죄구성요건에 맞아 떨어지느냐다. 공직자에 대한 과도한 축의금이 뇌물로 인정받은 사례를 찾기 힘든 것과 마찬가지다.
경찰은 이들 업주들을 상대로 공갈 여부를 탐문하고 있으나 쉽게 입을 열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찰은 이들 피해여부를 가명으로라도 우선 접수할 방침이다.
한편 J씨의 결혼식에는 맨손싸움의 일인자로 알려진 원로 주먹 조창조(74)씨와 부산 영도파 두목, 대구 동성로파, 향촌동파, 영천 팔공파 등 폭력조직 두목과 조직원이 대거 참여했다.
이날 결혼식 주례는 서의현(76) 전 총무원장이, 사회는 MC 조영구씨가 맡았다. 청도에서 활동 중인 개그맨 전유성(63)씨와 탤런트 박은수(60)씨, 조우만(56) 청도부군수, 이원우(49) 청도군의회 의장도 참석하는 등 1,000여명의 하객이 몰리는 성황을 이뤘다.
J씨는 1994년 살인사건으로 구속, 15년6개월 형을 선고받았으나 교도소에서 상해 등 죄가 추가돼 17년10개월을 복역하고 3월 중순 만기출소했다. 그의 결혼식이 조폭들로 성황을 이룬 것은 복역 중 쌓은 친분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경찰청 박종화 광역수사대장은 "폭력배들의 경조사에 별 친분도 없는 업주들이 돈을 내는 것은 십중팔구 공갈에 의한 것"이라며 "폭력배들이 영세 상인을 위협, 돈을 뜯어내는 것은 어떤 형태든 뿌리뽑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준호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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