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문화 관련 뉴스를 보면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대한 찬사가 홍수를 이루고 있다. 한국 가수가 세계 음반 시장을 석권하고 놀라운 인기를 한 몸에 받는 것은 정말 축하해야 할 일이다. 싸이는 뛰어난 창의력과 무서운 집념으로 자신의 꿈을 이루었다. 실패와 좌절에 굴하지 않고 음악에 대한 열정 하나로 세계인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런데 그 성공의 이면에는 오로지 개인의 재능과 노력에만 돌리기에는 부족한, 일반인이 이해할 수 없는 문화산업 생태계의 변화가 자리 잡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생태계 변화 중에는 모바일 산업의 변화가 대표적이다. 모바일 기기와 서비스, 콘텐츠 기업 간의 협력을 통해 문화산업 생태계 전반이 확장되고 있다. 모바일 기기를 통한 유튜브와 앱은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유튜브와 앱이 없었으면 한국에서 만들어진 한 가수의 뮤직비디오가 순식간에 전 세계를 휩쓸기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부분은 '강남스타일'의 제작 자본 문제다. 문화산업은 대표적인 노동집약 산업이다. 예술가와 스태프, 기획자, 제작자 등 모든 것이 사람이 직접 하는 분야이다. 이 문화산업을 유지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가 사람, 즉 문화산업 종사자들 간의 관계이다. 그들의 꿈, 열정, 재능, 경쟁심, 우정 등을 통해 작품이 생산되고 성공과 실패가 교차된다. 그 뮤직비디오는 순수한 민간 자본에 의해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 투자에 대한 결정은 수익성에만 맞춰진 것이 아니었다. 예술가끼리 맺어진 우정이나 가수의 꿈에 대한 공감 등이 투자를 결정짓는 주요한 동기 중의 하나였다. 뒤늦게 '강남스타일'에 스폰서를 하려는 기업이나 지원을 하겠다는 정부의 관계자들은 이해할 수 없는 동기로 투자가 이루어진 것이다.
모든 예술가 또는 예술단체는 개인이나 정부 또는 민간의 자본을 유치해 작품을 생산한다. 자본은 일반적으로 투자와 수익이라는 관계에 따라 이동이 된다. 하지만 수익이 발생되지 않는다고 해서 투자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른 산업과 달리 문화예술 산업은 자본 외에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 경제학에서 말하는 '레버리지'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투자 대비 수익에 대한 부분은 '유형의 수익'과 '무형의 수익'으로 나누어 생각해야 한다. 특히 무형의 수익에 대한 계량화 작업은 심도 깊게 다루어져야 할 부분이다. 그 무형의 가치를 판단하는 결정적인 자원은 사람 곧 창작자이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대한 투자는 바로 싸이라는 창작자가 가진 무형의 가치에 대해 공감하는 투자자를 만났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요즘 '강남스타일'의 성과에 정부와 기업까지 덩달아 흥분하고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싸이의 공연을 유치하기 위해 벌이는 졸속 행정이나 대통령 후보들이 자신들의 홍보에 '강남스타일'을 이용하는 서투른 몸짓을 보면 씁쓰레한 기분을 떨칠 수 없다. 정부나 정치인들은 싸이의 성과를 이용하려 하지 말고 앞으로 제2, 제3의 싸이가 나오기 위한 정책 마련에 힘을 써야 한다. 민간이 잘하고 있는 대중문화 부분은 직접 지원보다 창작의 환경을 개선하는 간접 지원 방식으로 전환하고, 창작 환경이 열악한 순수예술이나 전통예술에 대한 직접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문화산업과 정부의 정책이 가장 성공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나라로 영국을 들 수 있다. 영국은 블레어 총리 시절부터 '창조산업'의 기치를 내걸고 창작자에 대한 연구 및 혁신지원, 자금 및 성장 지원, 지적재산 장려 및 보호, 창조클러스터 지원, 글로벌 창조 허브 구축 등의 과제를 추진함으로써 창조산업에 대한 중앙정부, 지방조직, 비정부공공기관, 민간기업 등과의 협력 네트워킹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이다.
21세기에 들어서서 전 세계에 창의력과 상상력, 지속가능성, 정의와 공정성이 미래 핵심가치로 부상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와 기업은 미래형 인재, 인간 중심의 기술, 협력과 지속가능성을 핵심요소로 하는 정책방향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향후 문화의 가치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창의성, 융합, 인간중심의 하이컨셉 등의 가치가 적절한 투자와 협찬, 국가의 지원과 조화롭게 어우러질 때 제2, 제3의 '강남스타일'이 탄생될 수 있을 것이다.
김명곤 동양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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