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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리에르의 인간 풍자, 300년 넘어 여전한 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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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리에르의 인간 풍자, 300년 넘어 여전한 울림

입력
2012.10.16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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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리에르는 17세기 프랑스 극작가이지만, 그의 작품은 지금도 강력한 울림을 지닌 고전으로 남아 있다. 당대 귀족 사회를 겨냥해 인간의 탐욕과 위선을 신랄하게 풍자한 그의 화살은 오늘의 세계로 과녁을 옮겨도 여전히 위협적이다.

국립극장에서 열리고 있는 2012 세계국립극장페스티벌이 초청한 몰리에르 작품은 슬로바키아 마틴시립극장의'인간혐오자'다. 2006~2008년 슬로바키아국립극장 연출가로 일했던 로만 폴락이 연출해 슬로바키아 최고 연극상인 도스키 상의 최우수연출ㆍ최우수장면ㆍ최우수의상 부문 상을 받았다. 18~20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도덕적 결벽증을 지닌 귀족 알세스트의 이야기다. 젊은 귀족들이 매력적인 과부의 사랑을 차지하려고 경쟁하는 와중에 벌어지는 배신과 거짓, 권력에 대한 비판과 조롱을 통해 인간 사회의 악덕을 폭로한다. 극중 알세스트는 소송에 지고 나서 "인간의 타락한 본성을 저주하고 증오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며 스스로 고립을 택한다. 결벽증을 지닌 인간혐오자에게 걸맞은 결말이다. 너무 진지하고 고지식해서 오히려 우스꽝스러워 보이는 그의 모습은 허세를 부리는 코믹한 인물들로 가득 찬 이 작품을 비극적으로 만든다.

로만 폴락의 연출은 현대적이다. 무대 디자인과 의상, 해석 모두 그렇다. 레이스가 달린 비단옷이나 로코코풍 가구 같은 건 볼 수 없다. 대신 간결하면서도 상쾌한 시각적 즐거움과, 300년의 시간을 건너와 현대사회를 날카롭게 꼬집는 오늘의 몰리에르를 만날 수 있다.

국립극장이 매년 주최하는 세계국립극장페스티벌의 올해 행사는 28일 끝난다. 음악ㆍ무용ㆍ연극을 망라해 해외 4개국에서 초청한 6편과 국내 초청작 9편으로 두 달 간 판을 벌였다. 엄선한 좋은 작품들을 소개해 반응이 좋다. 폐막작은 스코틀랜드 국립극단의 '블랙 워치'(26~28일)다. 이라크 파병 문제를 다룬 화제작으로, 2009년 영국 최고의 연극상인 올리비에상의 작품상 등 4개 부문을 석권했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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