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 마지노선이던 원ㆍ달러 환율 1,110원선이 무너졌다. 1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작은 재료에도 심하게 내려앉는 터라 다음 지지선인 1,105원선을 버틸 힘도 없어 보인다.
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3.3원 내린 1,107.2원을 기록했다. 1.5원 하락으로 출발한 환율은 1,106원까지 밀리기도 했지만 막판에 하락폭을 만회했다. 환율은 나흘 연속 하락해 장중, 종가 기준 연중 최저치를 모두 갈아치웠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10월 31일(1,110원) 이후 가장 낮았고, 지난해 10월 28일 이후 처음 1,110원 아래로 밀렸다.
미국과 중국에서 양호한 경제 지표가 나오는 등 세계경제 안정에 대한 기대가 위험자산인 원화에 대한 선호도를 높였다는 분석이다. 마지노선이 무너지면서 수출업체들이 달러를 내다 판 것도 한몫 했다.
전문가들은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데다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이 국내로 밀려들어 원화강세(환율 하락)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음 지지선인 1,105원마저 깨진다면 당분간 환율 하락세를 막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때문에 연중 1,100원선 붕괴를 점치는 이들도 있다. 이건희 외환은행 선임연구원은 "반등이나 지지 재료가 없어 1,105원이 무너진다면 더 아래로 내려갈 것"이라며 "문제는 속도인데 당국이 주시하면서 조절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로선 가뜩이나 세계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환율까지 하락한다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부문장은 "올해 2월과 3월 초 환율이 1,115원선까지 하락했던 걸 감안하면 최근 환율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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