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MBC 사장이 16일 정수장학회의 지분매각 논의가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와 사전 협의 없이 진행돼 부적절했다는 입장과 함께 "민영화가 아니라 지배구조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김 사장은 "왜 대주주인 방문진과 상의 없이 소주주인 정수장학회와 민영화를 논의했느냐"는 이사들의 질문에 이같이 답변하고 "향후에는 논의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정수장학회의 주식 매각 논의와 지배구조 개선 언급이 민영화 1단계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이날 MBC 사측이 발행한 특보도 "소유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한 심도 있는 연구와 검토를 시작했으나 아직 세부적인 상장 설계가 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지배구조 개선의 방법으로 주식을 상장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명시한 것이다. 김 사장은 민영화를 계속 추진할 것이냐는 질문에 "아직은 서로 논의의 장에 있는 상황이어서 조금 더 협의해볼 사안"이라며 민영화 추진 의사를 간접적으로 피력하기도 했다.
8일 이진숙 MBC 기획홍보본부장이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을 만나 정수장학회가 보유하고 있는 MBC 주식 30%를 매각하기로 논의한 것에 대해서는 "(소주주인 정수장학회에)보고하러 간 것은 알았지만 베트남 출장 중이어서 자세한 내용은 몰랐고 나중에 보고받고 생각보다 많이 진행됐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김 사장은 "우리가 준비해 간 지배구조 개선 아이디어와 정수장학회의 생각이 일치해 잘 되길 희망했지만 성급한 희망이었다"고 말해 당시 논의 내용을 알고 있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에 대해 야당 이사들은 "10일 베트남 출장에서 돌아와 모든 내용을 이 본부장에게 보고받아 놓고도 11일 방문진 이사회에 출석해 민영화 추진 안 한다고 거짓말하고, 또 앞뒤가 안 맞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 과정에서 김 사장이 "공영방송 사장에게 거짓말을 한다는 막말을 하느냐"며 화를 내면서 이사들과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다만 김 사장은 "방문진과 사전 협의 없이 정수장학회와 지배구조를 논의한 것은 적절치 못했고, 향후 지배구조 개선은 좀더 투명하게 국민의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진행하겠다"고 사과했다. 이 자리에 출석하기로 했던 이진숙 본부장은 '몸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불참했고, 이사진 9명 가운데는 김충일 이사가 참석하지 않았다.
MBC는 이날 8일 정수장학회와의 회의 내용을 보도한 한겨레 기자를 불법도청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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