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시대의 필수 금융상품으로 자리잡은 연금저축 상품의 첫 성적표가 낙제점으로 나왔다. 금융회사들의 과잉 수수료와 자산운용 소홀 탓에 10년간 수익률이 은행 정기적금 금리에도 미치지 못했다. 금융 당국은 수익률에 영향을 주는 수수료를 낮추는 한편,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연금저축 적립금 담보대출 금리 인하도 추진키로 했다.
16일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처는 은행ㆍ보험ㆍ자산운용사 연금저축 상품을 비교한 '제1호 금융소비자 리포트'를 내놨다. 연금저축은 10년 이상 일정액을 적립해 만55세부터 5년 이상 원리금을 연금처럼 타 쓰는 장기 저축상품으로, 절세효과(연간 400만원 한도 소득공제)를 누리면서 노후 준비도 할 수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10년(2002년 7월~2012년 6월) 수익률은 기대 이하였다. 채권형의 경우 자산운용사 연금저축펀드(42.55%)가 수익률이 가장 높았고, 은행의 연금저축신탁(41.54%), 보험사 연금저축보험(생명보험사 39.79%, 손해보험사 32.08%)이 뒤를 이었다. 연평균 수익률로 환산하면 펀드는 4.26%, 신탁은 4.15%, 생보는 3.98%, 손보는 3.21%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은행의 정기적금 연 평균 금리인 4.84%를 모두 밑돌았다.
상대적으로 '고위험ㆍ고수익'을 추구하는 자산운용사 주식형 연금저축펀드의 10년 수익률이 122.75%로 가장 높았지만,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149.6%)과 비교하면 성과가 좋다고만 보기 어렵다. 김용우 금감원 소비자보호총괄국장은 "자산을 운용하는 금융회사 펀드매니저의 역량 부족과 과도한 수수료를 떼는 상품 구조 등이 작용한 결과"라며 "그래도 소득공제 혜택을 고려하면 정기적금보다 나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회사들이 수고비로 떼가는 수수료도 천차만별이었다. 보험사는 돈을 붓는 첫해 수수료율이 11.12(생보)~13.97%(손보)에 이른 반면, 자산운용사(0.78%)와 은행(0.77%)은 매우 낮았다. 보험사 수수료는 적립 5년이 넘어서야 2%대로 낮아졌다. 은행과 자산운용사는 30년째가 돼도 0.81~1.24%로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5년 내 중도 해지하면 보험고객이 다른 업권의 고객보다 더 큰 손해를 보는 셈이다.
김 국장은 "손보사의 경우 15~30차년 수수료율이 0.10%로 똑같은데 생보사처럼 점점 떨어지는 구조로 개선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생보사는 15~30차년 수수료율이 0.14(15차년)→0.11(20차년)→0.09(25차년)→0.07%(30차년)로 낮아지게 책정했다.
10년째 계약 유지 비율은 평균 52.4%를 기록했다. 장기상품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연금저축 상품을 든 고객 중 절반이 중도 해지를 하고 있다는 뜻이다. 금감원은 중도 해지를 하면 기타소득세(22%) 등이 부과돼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일시 납입 중지(신탁ㆍ펀드)나 보험료 감액제도(보험), 다른 연금저축 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는 권역ㆍ회사간 계약이전 제도 등을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또 급전이 필요한 경우에도 해지보다는 연금저축 적립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게 더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 금감원은 연금저축 담보 대출 때 붙는 2%대 가산금리를 낮추는 방안을 찾고 있다.
김 국장은 "운용성과 등을 배제하고 보면 은행ㆍ자산운용사는 초기 수수료율이 낮고 보험사는 장기 수익률이 좋으므로 단기 가입자는 은행이나 자산운용사를, 장기 가입자는 보험사를 택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권역별 수수료율 차이를 반영해 2017년(15년 누적 수익률) 수익률을 추정하면 생보(76.15%), 펀드(69.74%), 은행(67.61%) 순으로 높았다.
이번 보고서는 소비자의 알 권리를 위해 탄생했지만 최고ㆍ최악의 수익률을 기록한 상품 등을 구체적으로 안내하지 못한 한계도 드러냈다. 회사별 상품 수익률은 이달 말 금감원 등에 개설되는 '연금저축 비교공시시스템'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