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걸음질 치는 한국 남녀마라톤에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록 경신은커녕, 10여년 전에 나온 최고기록(남 2시간7분20초ㆍ여 2시간26분12초) 근처에도 못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2012 런던올림픽 출전기록도 2시간30~40분대에 그쳐, 꼴찌에서 선두를 다퉈 아연실색케 했다. 육상인들은 고개를 떨궜고 대책 마련에 부심했다. 하지만 장미빛 청사진만으로 신기록이 나올 수 없는 일. 무엇보다 숨은 인재를 발굴할 수 있는 안목과 이들을 스타로 길러내는 지도력이 뒷받침돼야 한국 마라톤의 부활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달구벌에서 열리고 있는 제93회 전국체전은 중장거리 3인방이 한국 마라톤 미래 권력의 세대교체를 선언한 무대다.
백승호(22ㆍ건국대)와 김도연(19ㆍ강원도청), 현서용(18ㆍ상지여고)이 그들이다. 이들은 이번 대회에서 나란히 2관왕에 올라 존재감을 뽐냈다.
백승호는 13일 열린 대학부 남자 5,000m와 15일 하프마라톤을 석권해 2관왕에 올랐다. 5,000m 한국신기록(13분42초98)을 갖고 있는 백승호는 대한육상경기연맹 황규훈 전무의 레이스운영 DNA를 고스란히 물려받아 기량이 날로 급상승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황 전무는 "이번 겨울부터 (백)승호가 마라톤 풀코스에 완벽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몸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백승호도 "중장거리 코스를 착실히 밟은 다음 막판 골인지점에서 스피드를 더 낼 수 있는 뒷심을 기르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김도연은 13일 여자 일반부 5,000m와 16일 1만m를, 현서용은 13일 여자 고등부 5,000m와 16일 10㎞ 도로 레이스에서 2관왕을 차지했다. 김도연은 지난해 서울 체고를 졸업한 뒤 올해부터 최선근 강원도청 감독의 지도를 받고 있다. 김도연은 후반에서도 뒷심이 딸리지 않아 역전레이스를 펼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현서용은 중학생 때부터 경부역전마라톤에 출전하며 실업팀 언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해 일찌감치 여자마라톤 기대주로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최감독은 "1997년 나온 권은주의 한국 기록이 깨진다면 김도연과 현서용의 이름이 가장 먼저 불려질 것"이라고 단언했다.
대회 엿새째인 16일 여자 일반부 1,600m 계주에서 한국신기록도 나왔다.
염은희(23), 육지은(24), 오세라(25ㆍ이상 김포시청), 조은주(23ㆍ시흥시청)가 이어 달린 경기 선발팀은 이날 대구 스타디움에서 열린 1,600m 계주 결승에서 3분41초20을 찍고 우승했다. 지난 6월 시흥시청 단일팀이 전국육상경기선수권대회에서 작성한 한국기록(3분42초22)을 1초02 앞당겼다.
한편 전국체전에 처음 참가한 세종시도 제1호 금메달을 획득했다. 조민혁(25)이 테니스 일반부 남자단식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이밖에 새누리당 경북도당 대선대책위 공동위원장을 맡아 사흘 만에 사퇴 소동을 빚은 유도의 김재범(27ㆍ마사회)은 일반부 90㎏급 결승에서 업어치기 한판승을 거두고 금메달을 안았다. '도마의 신' 양학선(20ㆍ한체대)도 이날 도마에서 여유 있게 정상을 지켰다.
대구=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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