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이제 석탄과 석유 중심의 탄소 산업 시대를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탄소 중심의 에너지 체제로는 지금의 경제 체제 유지에 위기가 온다는 전망이 나올 정도로 원유의 생산량과 발견되는 매장량은 늘지 않고 있으며, 환경 오염에 의한 대기 온도 상승은 점점 가속화하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대안으로 친환경적인 재생에너지의 개발과 보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기대만큼 가격 경쟁력과 친환경적인 요소를 만족시키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판단된다.
경북도는 현재 국내 운전 중인 원자력 발전소의 절반 가량을 운영하고 있을 뿐 아니라, 새로운 5기의 원전이 건설되고 있다. 최근에는 영덕군이 신규 원전 부지로 지정되는 등 국내 최대의 원전 집적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또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을 유치, 건설하는 등 국내 경제 성장에 중추가 되는 원자력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국내 어떤 지역보다 많은 노력과 희생을 해왔다.
지난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세계 각국은 에너지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는 한편, 향후 에너지 공급에 대해 자국의 에너지 자립도와 기술 수준에 따라 여러 가지의 다양한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독일이나 이탈리아의 경우 완전한 탈(脫)원전을 제시하는 것과는 반대로 미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그리고 인도 등은 여전히 원자력을 중요 에너지원으로 보고 관련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물론 원자력 발전을 중지하고 다른 에너지로 전환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지만, 이에 따른 전기 가격의 급격한 상승, 자국 산업체의 국제 경쟁력 저하와 환경 문제를 감안하면 상당 기간 원자력 산업은 세계적으로 중요한 입지를 계속 유지할 것이다. 또 운전이 종료되는 발전소가 세계적으로 늘어감에 따라 이를 안전하게 해체하는 폐로 산업 시장이 매우 크게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이 시점에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사항은 기존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한 운영, 안전을 최우선 전제로 하는 발전소 및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의 건설, 이에 대한 철저한 감독을 통해 주변 지역과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다. 또 이 지역에 양질의 일자리를 확보하는 한편 세계 시장을 선도할 원자력 관련 산업체도 유치, 육성해야 한다.
이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을 비롯한 관련 수요처, 한전기술과 같은 설계 회사가 이 지역으로 이전을 예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선도적인 연구를 수행하는 연구소, 우수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교육기관, 그리고 원자력 관련 최첨단 기기를 제작할 수 있는 산업체를 유치한다면, 세계를 무대로 원자력 발전소와 폐로 사업을 수출하는 최적의 클러스터가 될 것이다. 이러한 클러스터의 육성은 동해안 지역의 낙후된 산업을 최첨단 산업으로 탈바꿈 시켜 새로운 경제적 도약을 이룰 최적의 기회일 뿐 아니라, 이미 운영 중인 발전소나 관련 시설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기도 하다. 위기가 기회인 만큼 동해안 원자력클러스터 조성 프로젝트는 경북도를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원자력 산업 메카로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포스텍 세계수준연구대학(WCU) 첨단원자력공학부 주임교수 김무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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