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가수의 내한 공연 러시가 연말까지 이어지고 있다. 통상 비수기에 접어드는 10월 말~12월 초에도 거의 매주 크고 작은 콘서트가 열린다. 흥행에 마이너스 요인인 대선까지 겹쳤는데도 올해 11월은 내한공연 풍년이다. 최근 몇 년간 불기 시작한 내한공연 붐은 라디오헤드, 마룬5, 에미넴, 레이디 가가 등 블록버스터급 콘서트가 잇따라 열린 지난 여름 극에 달했다. 해외 뮤지션들이 대거 참여하는 음악페스티벌도 예년 4, 5개이던 것이 올해 10여개에 이를 정도로 폭발적으로 늘었다.
1980년대 후반 인기를 끌었던 가수 마이클 볼튼의 17일 공연을 시작으로 11월엔 미국 힙합의 거물 닥터 드레와 더 게임, 슬로터하우스 등 그가 이끄는 사단의 래퍼들이 온다. 엘튼 존, 스팅 등 30년 이상 활동해온 거물급 가수들도 국내 팬들과 다시 만난다. '돈 노우 와이(Don't Know Why)'로 유명한 노라 존스와 샹송 가수 파트리샤 카스 등 늦가을, 초겨울과 잘 어울리는 음악을 들려주는 뮤지션들도 11, 12월 공연이 예정돼 있다. 지난해 초 10년 만에 한국을 찾은 일본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류이치 사카모토는 12월에 트리오 편성으로 다시 콘서트를 연다. 미국 인디 록 밴드 소닉 유스의 멤버인 더스틴 무어, 네오 소울 가수 맥스웰 등은 이번에 처음으로 국내 팬들 앞에 선다.
올해 내한공연의 가장 큰 특징은 세대와 장르의 폭이 예년보다 넓어졌다는 점이다. 엘튼 존처럼 전 세대가 좋아할 만한 가수부터 마니아 취향의 인디 뮤지션까지 다양하다. 장르도 록, 팝, R&B뿐만 아니라 힙합, 올드 팝, 인디 록, 샹송, 퓨전 재즈, 크로스오버를 두루 망라한다. 아울 시티나 류이치 사카모토, 파트리샤 카스 등 세 차례 이상 한국을 찾는 가수들도 점점 늘고 있다.
에미넴, 킨 등의 내한 공연을 주관한 액세스이엔티의 문소현 팀장은 "내한공연의 주 소비층인 20, 30대가 음반보다 공연에 지출하는 비용이 늘어나고 대기업들이 문화 마케팅으로 내한공연을 주최하는 일이 늘어나면서 비수기에도 공연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1,000석 내외의 중소 규모 공연이 많이 늘어난 것도 눈에 띄는 특징이다. 김선경 인터파크INT 공연사업본부 과장은 "올해는 내한공연도 규모가 세분화되고 특정 세대와 장르의 팬을 겨냥한 공연이 다양하게 열리는 것이 경향"이라고 말했다.
내한공연 업계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부작용도 이어지고 있다. 공연기획사 간의 경쟁으로 인해 공연 개런티가 적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가는 일이 여전히 잦고, 부실한 기획 탓에 취소되는 공연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올 한 해에도 뉴 키즈 온 더 블럭과 백스트리트 보이스의 합동 공연, 케니 로저스, 미셸 르그랑 등의 공연이 취소됐다. 한 공연 관계자는 "대기업이 내한공연에 관여하기 시작하면서 뮤지션들의 개런티가 크게 올랐고 관객층이 한정돼 있어서 적자를 내거나 취소되는 공연이 아직도 적지 않다"며 "시장이 안정되려면 아티스트 개런티의 정상화, 지방 공연의 활성화 등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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