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판사 출신의 변호사와 사무장이 자신의 사무실에서 사건 처리에 불만을 품은 40대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부상을 입었다. 법조계는 변호사 피습 사건 발생 직후 재발 방지대책을 논의하는 등 적잖이 당황하고 있다.
15일 오전 9시쯤 광주 동구 지산동 서모(50) 변호사의 사무실에서 서 변호사, 정모(47)사무장과 대화 중이던 의뢰인 조모(47)씨가 갑자기 흉기를 꺼내 휘둘렀다. 조씨는 서 변호사의 왼쪽 허벅지를 세 차례, 정씨의 오른쪽과 왼쪽 허벅지를 각각 한 차례씩 찌른 뒤 자신의 승용차를 타고 달아났다가 2시간여 만에 경찰에 자수했다. 서 변호사와 정 사무장은 피습 직후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는 경찰에서 “서 변호사가 무죄판결을 이끌어내지 못해 홧김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콩나물 재배공장을 운영하는 조씨는 2007년 다른 업자와 분쟁을 벌이다 무고와 협박, 명예훼손 등 혐의로 경찰에 구속 기소돼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고 항소심에서 서 변호사를 변호인으로 선임해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그러나 조씨는 재판과정에서 자신의 주장이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자 1심 재판 변호사와 서 변호사 등을 10여 차례 찾아가 “무죄를 기대했는데 실망이다. 내 인생을 책임져야 한다”며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는 서 변호사 사무실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서 변호사는 조씨의 항의가 계속되자 받았던 사건 수임료를 되돌려주기까지 했다.
서 변호사는 구두닦이를 하며 중ㆍ고등과정 검정고시를 거쳐 서울대 경제학과에 입학한 뒤 사법고시에 합격한 입지전적 인물이다. 2007년 광주지법 부장판사를 그만 두고 변호사로 개업한 서 변호사는 어린 시절 자라온 환경 때문인지 누구보다 어려운 처지인 의뢰인의 사정을 잘 이해해 준다는 평판을 받아왔다. 실제 서 변호사는 2010년 서울대에 합격하고도 가정형편 때문에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한 여고생에게 장학금 1,000만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서 변호사 피습 소식에 변호사 업계 등 지역 법조계는 술렁였다. 광주지방변호사회는 이날 오후 긴급 이사회를 열고 의뢰인에 의한 변호인 폭행사건 재발 방지 대책을 논의했다.
광주지방변호사회 김정호 공보이사는 “변호사들이 성의 없는 변론을 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보며 반성해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사건 의뢰인이 주관적 불만을 폭력으로 드러내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조씨가 흉기를 미리 준비한 점 등으로 미뤄 조씨에 대해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키로 했다.
광주=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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