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경제민주화 공약에 대해 재계는 한 마디로 '반재벌 공약'으로 규정했다. 두 후보가 각론에선 약간 차이가 있지만, 결국은 모든 대기업 관련 규제를 MB정부 이전수준, 아니 그보다 훨씬 더 강한 수준으로 되돌리는 것으로 보고 있다.
14일 발표된 안철수 후보의 공약을 본 한 재계관계자는 "안 후보는 기업운영의 경험이 있고 대기업 사외이사도 지낸 만큼 반재벌의 강도가 좀 낮을 것으로 봤지만 공약을 보니 어떤 측면에선 문재인 후보보다 더 강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경제민주화의 강도만 놓고 보면 당초 '문재인>안철수>박근혜' 순으로 예상됐지만, 뚜껑을 열고 보니 '안철수>문재인>박근혜'에 가깝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경제민주화 공약이 아직 최종적으로 제시되진 않았지만, 현재까지 나온 내용만 본다면 재벌그룹들은 '박근혜 지지'를 선택할 것이 확실시된다.
문ㆍ안 후보의 공약 가운데 재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재벌체제의 심장부나 다름없는 지배구조를 정조준하고 있다는 점. 순환출자금지, 지주회사 지분요건 강화, 금산분리 강화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재벌체제를 지탱하는 핵심고리로 가장 예민한 경영권 방어및 상속문제가 얽혀 있는 순환출자의 경우, 일단은 문 후보가 좀 더 강해 보인다. 신규순환출자는 두 후보 모두 금지대상이지만 기존 순환출자에 대해 문 후보는 3년 유예기간을 준 뒤 해소토록 하는 방안을 내놓았고, 안 후보는 일단 자발적 해체 유도를 제시했다. 재계는 그러나 3년 유예든, 자발적이든 기존 순환출자해소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문ㆍ안후보의 시각을 대동소이하게 보고 있으며, 이 정책이 현실화될 경우 삼성이나 현대차그룹은 최소 10조원 이상의 돈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된다.
재계는 특히 안 후보의 '계열분리 명령제'에 대해 "사실상 그룹을 해체하라는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일단은 계열분리명령제를 시스템리스크를 유발하는 대형 금융사부터 적용하겠지만 시장독과점 폐해가 심각한 부분에선 일반 계열사에 대해서도 분리령이 발동될 수 있기 때문에, 재계의 우려는 극에 달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대형 금융기관부터 적용한다고 해도 삼성생명을 삼성그룹에서 분리할 수 있다는 얘기인데 그건 결국 삼성 지배구조를 해체한다는 뜻"이라며 "만약 일반 업종까지 확대하면 정부가 사실상 재벌해체권을 갖겠다는 전대미문의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날 이례적으로 우려 논평을 냈다. 전경련은 문ㆍ안 후보를 겨냥해 "대선후보들이 위기극복 및 경제성장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않고 대기업 때리기 위주의 경제정책을 발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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