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차관급이 경찰청장 1명인데 검찰은 55명이라는 것은 국민이 납득할 수 없다." 14일 안대희 새누리당 정치쇄신특위 위원장의 발언은 기소독점주의로 상징되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검찰 조직이 과도한 직급 예우까지 챙겨 왔다는 검찰 안팎의 비판 여론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청법에 따르면 현재 검사는 검찰총장과 검사, 두 단계로 나눠져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차관급 예우를 받는 검사장이 장관급인 검찰총장을 1명을 빼고도 54명에 달할 정도로 '고위직 인플레이션'이 심하다. 같은 사정기관임에도 국세청과 경찰청은 청장 1명만이 차관급인 것과 비교된다. 우리나라 전체 차관급 공무원이 105명인데 그 중 절반 이상을 검찰이 차지하고 있는 기형적인 형태라는 점도 종종 지적된다.
차관급 검사장이 되면 관용차를 지급받고, 서울 이외 지역에 보임되면 관사도 제공받는다. 통상 검사장 1명당 연간 3억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이런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차관급 예우를 받는 검사장을 많이 둬야 하는지에 대해선 논란의 소지가 다분하다.
검찰은 사법부와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논리를 편다. 사법부의 경우 고법 부장판사 등 차관급 예우를 받는 고위 법관이 100여명에 달한다. 검사도 법관과 마찬가지로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사법연수원 교육을 함께 받았는데 고위직 예우도 비슷한 수준을 맞춰줘야 한다는 것이다. 검사에게 어느 정도 사회적 보장을 해줘야 로펌 등 업계로 고급 인력 유출을 막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역대 정부가 이런 논리에 끌려가다 보니 다른 부처 같으면 1, 2급 정도의 공무원이 맡는 실ㆍ국장 자리를 법무부는 차관급이 맡고 있다. 대검찰청도 검찰총장 1명을 보좌하기 위해 차관급 고위 간부가 8명이나 모여 있다. 서울고검의 송무부장이나 공판부장 같이 10명 이하의 부하 검사를 지휘하는 미니 부서에도 검사장급이 책임자로 재직하고 있다.
또 검사장으로 승진하기 위한 내부 경쟁이 유독 심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윗선 눈치보기, 정치권 줄대기 등의 폐해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차관급 자리가 한꺼번에 8개나 늘어났다. 당시 검찰은 검사장 승진 인사 대상인 사법연수원 13기가 종전 한 해 40명에서 100명으로 대폭 늘어나 인사 숨통을 터주기 위해선 추가 검사장 자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과도한 검찰 예우 논란이 있었지만 결국 서울고검 부장검사와 서울중앙지검 등 5개 지검의 차장까지 검사장급으로 직급이 올라갔다.
현 정부에서도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자리가 슬그머니 차관급 자리로 격상됐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검찰 고위직 인플레이션 관행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상존했다. 수사ㆍ정보 업무를 다뤄 권한이 막강한 사정기관은 오히려 직급을 다른 기관에 비해 한 단계 낮춰 견제와 균형의 묘를 발휘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검사 임용 직급을 현행 3급보다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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