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하고 있는 일본 반도체 업체를 구하기 위해 결국 일본 정부가 나섰다.
14일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 산하기관인 산업혁신기구는 약 2,000억엔(약 2조8,000억원)을 출자해 세계 최대 시스템 반도체업체인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를 인수하기로 했다. 이 회사는 일본 정부 자금이 포함된 구제금융단에 의해 사실상 국유화되는 절차를 밟게 된다. 산업혁신기구는 약 1,500억엔(약 2조1,000억원)을 출자해 르네사스 주식의 3분의 2 이상을 확보해 실질적인 회사 경영에 나서며, 나머지 500억엔은 도요타자동차와 닛산자동차, 파나소닉, 자동차 부품업체인 덴소 등 르네사스의 반도체를 사용하고 있는 10여개 기업이 맡게 된다.
일본 정부가 르네사스 인수에 직접 나선 것은 미국의 투자펀드 KKR에 넘어갈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 인수될 경우 일본 기업들이 시스템LSI(대규모 집적회로) 반도체 공급에 차질을 겪을 수도 있다. 인수합병(M&A) 전문 투자펀드인 KKR은 르네사스에 1,000억엔을 출자해 경영권을 확보하기로 하고 NEC, 히타치제작소, 미쓰비시전기 등 르네사스의 대주주 등과 협상을 벌여왔다. 시스템 LSI를 주로 생산하는 르네사스는 애플과 닌텐도 등에 반도체를 공급해 왔는데, 그 동안 급격한 수요 둔화로 어려움에 겪어 왔다. 올 회계연도에만 1,560억엔의 적자가 예상돼 올 들어 전직원의 17%인 7,500명을 감원하는 등 비용절감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일본의 반도체 산업은 대표적 D램 업체인 엘피다가 사실상 도산해 지난 7월 미국의 마이크론테크놀로지에 매각되는 등 위기를 겪고 있다. 시스템LSI 부문도 제품을 쓰는 업체들이 글로벌 판매 경쟁에서 한국의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뒤지면서 경영난에 처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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