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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개발의 새로운 문 'GPCR 연구' 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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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개발의 새로운 문 'GPCR 연구' 활짝

입력
2012.10.14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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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노벨 화학상은 '구아닌(G)-단백질 연결 수용체(GPCRㆍG-Protein Coupled Receptors)'를 발견한 미국 듀크대 의학센터 로버트 레프코위츠 교수와 스탠퍼드대 의대 브라이언 코빌카 교수가 받았다.

세포막에 존재하는 GPCR은 세포의 외부 신호를 내부 신호로 바꿔주는 센서 역할을 하는 단백질이다. 포유류에는 700~800 종류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GPCR은 인간의 오감을 포함한 대부분의 생리학적 과정에 관여한다. 예컨대 냄새를 분간하고, 맛의 차이를 느끼며, 슬픔 기쁨 행복감을 인지하는 일련의 과정에 특정한 GPCR이 관여해 세포와 세포가 서로 신호를 주고받아 적절히 대화할 수 있게 해준다.

흥분하면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어두운 터널에 들어가면 동공이 커져 빨리 사물을 분간하도록 하는 것, 알레르기 반응에 의해 몸을 가렵게 하는 것도 특정 신경전달 물질이나 호르몬이 각자의 GPCR에 작용한 결과이다.

마약 중독자들이 마약을 끊지 못하는 이유도 마약을 반복적으로 투여하면 뇌세포에서 기분을 좋게 만드는 신경전달물질의 일종인 도파민이 분비되고 이것이 GPCR의 일종인 도파민 수용체에 작용하기 때문이다.

신약 개발에 중요한 표적물질

이번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두 사람의 공로로 다양한 질환을 대상으로 한 신약 개발의 새로운 문이 열렸다. GPCR은 사람의 뇌 기능, 내분비, 감각, 통증, 생식, 면역, 혈액 순환, 수면 등 다양하고 광범위하게 신체 기능을 매개한다. 따라서 특정 GPCR에 대한 제어 메커니즘을 규명하면 효과적인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다.

이미 항우울제와 심장질환, 고혈압 치료제, 알레르기를 치료하는 항히스타민제 등이 개발됐다. 전남대 약대 김경만 교수는 "현재 사용되고 있는 약의 60%가 GPCR을 타깃으로 만들어졌고, 의약 매출 상위 200위 내에서 GPCR을 표적으로 개발된 38종의 연 매출이 213억달러(23조 6,000억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현재 개발 중인 신약도 40% 정도가 GPCR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통증ㆍ비만 등 신약 개발 활발

우리나라에서도 열악한 연구 환경 속에서도 GPCR을 타깃으로 하는 신약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국내 최대 GPCR 전문 연구실험실을 갖춘 고려대 의대 대학원 의학과 성재영 교수는 GPCR과 리간드(Ligand)의 상호작용, GPCR의 신호 전달이나 조절 메커니즘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리간드는 GPCR에 결합하는 호르몬, 펩타이드, 아미노산, 지질 등 분자물질이나 이온을 말한다. 성 교수는 성선자극호르몬(GnRH), 신경 펩타이드 뉴로텍신, 뇌하수체호르몬인 바소프레신ㆍ옥시토신 수용체의 기능과 그 저해제도 연구하고 있다.

서울대 생명과학부 허원기 교수는 살아있는 세포에서 단백질 상호작용을 직접 관찰할 수 있는 '2분자 형광 상보(BiFC)'기법을 이용해 유전체 수준에서 GPCR의 상호작용을 분석ㆍ연구하고 있다.

김경만 전남대 약대 교수는 약물을 많이 사용함에 따라 GPCR 반응이 줄어드는 탈감작(脫感作ㆍdesensitization) 메커니즘을 알아내는 데 연구를 주력하고 있다. GPCR의 탈감작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신체 기능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예컨대 콩팥에 있는 바소프레신 2형 수용체의 탈감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시도 때도 없이 소변을 누는 요붕증에 걸리게 된다.

바이오업체 크리스탈지노믹스는 단백질 크리스탈 구조를 바탕으로 질환 표적 단백질의 입체구조를 규명한 뒤 신 개념 비만 치료제 등을 개발하고 있다.

또다른 업체 애니젠(대표이사 김재일 광주과학기술원 생명과학부 교수)은 독자적인 펩타이드체를 이용해 고아(orphan) GPCR(리간드를 발견하지 못한 GPCR)의 리간드를 발굴하고 있으며 통증과 당뇨병을 치료할 수 있는 GLP-1 저해제 등을 개발하고 있다.

연세대 생화학과 권영근 교수는 "다양한 질환의 신약 개발과 직접 관련이 있는 GPCR 연구가 올해 노벨 화학상을 받게 돼 이 분야 연구가 더욱 활성화하게 됐다"고 말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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