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장학회가 문화방송(MBC) 지분 30%와 부산일보 지분 100%를 매각하는 작업을 비밀리에 추진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시가 5,000억~7,000억 원으로 추정되는 MBC 주식은 내년 상반기 중 증시상장에 맞춰 일반에 매각하고, 부산일보 주식은 지역기업에 매각한다는 것이다. 매각대금은 부산ㆍ경남 지역 대학생과 노인층 등을 위한 복지사업에 사용할 계획도 세웠다고 한다. 정수장학회 최필립 이사장은 MBC측과 수시로 접촉해 이 문제를 논의해왔으며, 19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런 내용을 발표하기로 합의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론부터 말하면 정수장학회와 MBC의 이 같은 계획은 논란의 소지가 크므로 당장 철회돼야 한다. 먼저 정수장학회 현 이사진이 보유지분을 매각할 자격을 지니고 있는지에 관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정수장학회는 5ㆍ16 군사정변 직후 강제 헌납한 당시 소유자 김지태씨 유족들이 소송을 제기해 현재 진행 중이다. 지난 2월 1심 법원은 재산 헌납과정에 박정희 정권의 강압이 있었다고 인정했지만, 시효만료를 이유로 기각해 유족들이 항소를 제기한 상태다. 부산일보의 경우 법원은 유족들의 주식처분 금지 가처분 결정을 받아들여 매매ㆍ양도 등 일체의 처분이 금지돼 있다. 보유재산의 적법성을 둘러싼 소송이 진행 중이고 가처분결정이 내려진 상황에서 일방적인 지분 매각계획은 위법한 행위다.
방송문화진흥회가 지분 70%를 소유한 공영방송인 MBC의 주식 상장과 매각을 밀실에서 추진하는데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MBC 상장은 민영화의 첫 단계로 공론화를 통한 국민적 합의가 요구되는 사안이다. 이런 중차대한 일을 정권 말기에 몇몇 사람이 밀실에서 얼렁뚱땅 처리하려는 건 정당한 절차가 아니다.
언론사 지분을 팔아 부산ㆍ경남 지역의 복지사업에 쓴다는 계획은 대선을 겨냥한 박근혜 후보 띄우기 의도로 비춰진다. 야권의 국정조사와 청문회 요구 등 정치쟁점화와는 별개로 시기적으로나 내용적으로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정수장학회 사회환원 등 해법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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