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마흔 한 살. 세계최고령 현역 마라토너 윤선숙(강원도청)이 제93회 전국체전에서 은메달을 따내는 저력을 발휘했다.
윤선숙은 그 동안 국제대회 메달은 얻지 못했지만 나름 국내에선 이름을 떨쳤다. 춘천마라톤과 서울국제마라톤에서도 여러 차례 우승을 휩쓴 베테랑이다.
윤선숙은 14일 오전 8시 대구시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서 출발한 마라톤에서 2시간38분27초를 기록,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2008년 서울국제마라톤에서 찍은 자신의 최고기록 2시간31분21초에는 턱없이 미치지 못하지만 나이를 감안하면 오히려 초인적인 레이스를 펼친 것이나 다름없다.
윤선숙은 골인 후 "지난해에 이어 은메달만 두 번째다. 훈련량이 부족해 메달은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후반에 컨디션이 살아나 소중한 결실을 얻었다"며 몸을 낮췄다.
그는 이번 체전을 앞두고 훈련기간이 불과 100여 일에 불과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지난달에 후배들과 함께 중국 쿤밍으로 고지대 전지훈련을 다녀온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1,900m~2,000m 고지에서 오전에 15㎞, 오후에 40㎞~45㎞를 꾸준히 달려 몸을 끌어올린 것이다. 최선근 감독은 "불혹을 넘긴 (윤)선숙이가 코치로서 적당히 뛰어도 될 나이이지만 후배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한다"며"늘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올해 초 강원대에서 '마라토너들의 고지대 적응'을 주제로 석사학위를 받은 윤선숙은 박사과정도 마라톤처럼 완주하겠다고 웃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운동을 시작한 윤선숙은 벌써 30년째 마라톤과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그는 "은퇴는 없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그는 "새롭게 기록을 쓰지는 못하겠지만 후배를 키우는 것이 또 하나의 소임"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도연(19ㆍ강원도청)과 현서용(18ㆍ상지여고)이 2~3년 뒤에는 한국 여자마라톤 신기록을 세울 수 있도록 지도 하겠다"고 말했다. 현서용은 13일 열린 여고부 5,000m에서 금메달을 따낸 기대주다.
윤선숙은 "뛰는 걸 즐기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뛸 생각"이라며 "다음 대회에도 출전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마라톤 남녀 금메달은 김효수(26ㆍ서울시청)와 노현진(22ㆍ광주시청)이 차지했다. 김효수는 2시간20분23초를, 노현진은 2시간37분39초의 대회 신기록을 작성하며 1위로 골인했다.
대구=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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