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12일 대통령 직속 재벌개혁위원회 설치를 공약한 것은 재벌개혁 의지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강력한 재벌 사후 규제 방안인 '계열분리명령제' 도입 검토 의사를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안 후보는 재벌 개혁에 대한 총론과 의지만 밝혔을 뿐 구체적 각론을 내놓지는 않았다. 이에 따라 안 후보 측이 14일 경제민주화 관련 정책을 발표할 때 구체적 구상을 내놓을지 여부가 주목된다.
안 후보 측이 재벌개혁위 구상을 예정보다 앞당겨 발표한 것은 전날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재벌 개혁 정책을 발표한 것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무소속 후보의 약점을 보완하면서 야권 성향 유권자의 마음을 잡기 위해서는 개혁적인 정책을 시급히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안 후보는 이날 서울 공평동 캠프에서 재외국민과 가진 사이버 타운홀미팅에서 재벌 정책과 관련, "대기업 스스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집단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이를 위해 여러 가지 인센티브를 준다든지, 어겼을 때 법률적으로 제재를 가하는 문제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게 큰 방향"이라고 말했다. 재벌 개혁을 위해'당근'과 '채찍'을 모두 활용하겠다는 뜻이다. 안 후보 측은 또 재벌 개혁을 위해 집권 후 1년 이내 관련 법령을 정비하고 매년 재벌 개혁의 성과를 국민에게 보고하겠다고 밝혔다.
안 후보 측은 이날 고강도 재벌 개혁 의지에 방점을 찍었다. 안 후보 측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재벌 개혁 성공을 위해서는 '무엇을 할 것인가' 보다 '진정으로 추진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가 "문 후보의 재벌 개혁 정책이 세지 않다"며 계열분리명령제 도입 검토를 시사한 데서 문 후보보다 더 강력한 정책을 제시해 차별화하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재벌의 독점 폐해가 과도해질 경우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분 매각을 명령해 재벌의 계열사를 분리하는 제도인 계열분리명령제는 매우 강력한 재벌 규제 정책이다. 특히 신규 순환출자 금지, 출자총액제한제, 금산 분리 강화 등이 사전적 규제인 반면 계열분리명령제는 이미 과도해진 재벌의 독점 구조에 대해 사후적으로 규제하는 방안이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 각론은 없다. 안 후보는 자신의 저서 에서 '삼성 동물원과 LG동물원을 넘어'라는 표현까지 쓰는 등 강도 높은 재벌 개혁 의지를 보였다.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고 금산 분리를 강화하는 방향에는 동의했지만 구체적 내용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출자총액제한제 부활 여부에 대해서도 유보적이다.
이와 함께 재벌개혁위가 공정거래위원회 등과의 업무 중복으로 자칫 '옥상옥(屋上屋)'의 부작용이 생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또 안 후보 측은 가칭 '재벌개혁과 국민경제 발전을 위한 기본법'을 제정해 재벌개혁위 설치 근거 등을 규정하겠다고 밝혔는데 무소속 후보가 과연 이 같은 입법을 실현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회의적 시각이 적지 않다. 한편 새누리당 이상일 대변인은 안 후보 측의 재벌개혁위 설치 공약에 대해 "이런 접근법은 권위주의 시대에나 맞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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