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친박계 핵심 인사들이 '집권 후에도 임명직을 맡지 않겠다'는 이른바 백의종군 선언을 준비 중인 것으로 12일 알려졌다.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이 11일 선대위 중앙위 워크숍 강연에서 "박근혜 후보 집권시 백의종군의 연장선에서 어떠한 임명직도 맡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 계기가 됐다.
실제 서병수 당무조정본부장을 비롯해 이주영 특보단장, 이학재 비서실장 등 중앙선대위 핵심 인사들이 '집권 시 백의종군'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으며, 유정복 홍문종 윤상현 의원 등도 이에 동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승리가 우선이란 명제 속에 이 같은 선언에 동참하는 친박계 의원들은 점점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서병수 본부장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대선 승리를 위해 친박계 의원들이 먼저 희생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고, 이학재 실장도 "측근들이 집권 후 요직을 차지할 것이라고 걱정하는데 우리가 먼저 공개적인 선언을 해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자는 얘기들이 많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친박계 인사들은 조만간 이와 관련한 성명서를 내거나 기자회견을 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2007년 대선 경선을 전후해 계파적 색깔을 띠며 형성된 친박계는 박 후보에 대한 충성도가 높고 응집력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박 후보 주변을 둘러싼 채 눈과 귀를 막고 있다는 따가운 비판도 적지 않았다.
때문에 "박 후보는 괜찮은 데 박 후보 주변의 친박계 때문에 표를 찍지 않겠다는 유권자들이 있다" "친박계가 마치 정권을 다 잡은 듯 행동한다"는 비판이 그간 당 안팎에서 꾸준히 제기됐다.
최근 남경필 의원이 제기한 '친박계 2선퇴진론'도 이 같은 배경에서 나왔다.
이에 박 후보의 최측근으로 불리던 최경환 의원이 지난 7일 비서실장에서 자진 사퇴했다. 친박계 인사들의 '정권을 잡아도 임명직을 맡지 않겠다'는 백의종군 선언 움직임도 그 연장선에서 나온 것이다.
1997년 15대 대선을 앞두고도 비슷한 장면이 있었다. 당시 김대중 국민회의 대선 후보의 비서 출신인 권노갑 한화갑 김옥두 남궁진 최재승 설훈 윤철상 의원 등이 "집권 시 청와대와 정부의 정무직을 포함한 어떠한 주요 임명직 자리에도 나서지 않을 것임을 천명한다"고 밝혔었다. '가신정치', '측근정치'의 우려를 불식시킨다는 취지였다. 당시 동교동계 인사들의 백의종군 선언은 이후 DJ 당선에 적잖은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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