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의 드라마 같은 승부였다. 롯데가 12일 부산에서 열린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4차전에서 두산에 4-3 역전승을 거두고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롯데는 이로써 부산 사직구장 준플레이오프 7연패에서 벗어났다. 1992년 이후 20년 만에 맛본 준플레이오프 승리였다.
롯데는 지난 2010년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에서 2연승 뒤 3연패를 당했던 아픈 기억이 있다. 당시의 악몽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롯데는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는 만반의 준비를 했다. 양승호 롯데 감독은 이날 경기 전 "단기전은 패넌트레이스와 확실히 다르다"며 "다양한 변칙 작전을 구사하는 등 유먼을 제외한 모든 투수를 경기에 준비시키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기는 뜻밖에 두산의 실책으로 승부가 갈렸다. 3-3으로 맞선 10회말 1사 2루에서 롯데 4번 홍성흔과의 타석 때 두산 프록터가 던진 원바운드 공을 양의지가 더듬는 사이 2루 주자 박준서가 3루 베이스를 훔쳤다. 양의지의 3루 악송구를 틈타 박준서가 득점, 길었던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총력전을 예고한 롯데는 0-1로 뒤지던 3회 호투하던 고원준을 빼고 8일 선발 등판했던 송승준을 투입하는 강수를 뒀다. 그러나 송승준은 2사 1ㆍ2루에서 두산 4번 윤석민에게 좌익수 앞 1타점 적시타를 얻어 맞았다. 8회초 1사 1루에서 6번 이원석에게 가운데 담장을 맞히는 큼지막한 2루타를 내줘 스코어는 0-3. 사실상 승부의 추가 두산쪽으로 넘어가는 형국이었다.
그러나 두산의 행운은 더 이상 뻗어나가지 못했다. 스러져가던 롯데에게 기적은 8회말부터 일어났다. 두산은 1차전 선발이었던 더스틴 니퍼트를 마운드에 올리는 깜짝수를 뒀지만 제구력 난조로 어려움을 겪었다. 니퍼트는 9번 문규현에게 중전안타, 1번 김주찬에게 좌중간을 가르는 1타점 2루타를 허용했다. 두산은 1사 1ㆍ2루에서 투수를 홍상삼으로 교체했지만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4번 홍성흔의 볼넷으로 만든 1사 만루에서 5번 손용석을 대신해 타석에 들어선 황성용이 밀어내기 볼넷으로 2-3까지 추격했다. 이어 6번 전준우가 1타점 우익수 희생 플라이를 때려 사직구장을 채운 2만여 관중의 함성을 이끌어 냈다.
9회에 등판해 2이닝 무안타 4삼진으로 승리투수가 된 롯데 마무리 정대현은 준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돼 상금 200만원을 받았다.
4-3으로 짜릿한 승리를 거둔 롯데는 16일 인천에서 SK와 플레이오프 1차전을 치른다. 2년 연속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롯데는 지난해에 이어 SK와 한국시리즈 행 티켓을 놓고 외나무 다리 승부를 펼친다.
한편 사직구장에는 총 2만795명의 팬들이 찾아, 2만8,000석의 관중석을 꽉 채우는 데 실패했다. 이로써 지난해 10월16일 부산에서 열린 롯데와 SK의 플레이오프 1차전부터 시작된 포스트시즌 13경기 연속 매진 행진이 마감됐다.
부산=이재상기자 alexe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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