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간 자율협약으로 산정되는 코픽스(COFIXㆍ자금조달비용지수)가 잘못 발표됐더라도 현행 제도로는 이를 정정하기 불가능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병원 은행연합회장은 11일 최근 코픽스 오류사태에 은행연합회가 늑장 대처했다는 비판과 관련 "외국은 (기준금리) 오류가 발견돼도 일절 수정하지 않는다"며 "연합회가 코픽스 오류를 발견하고도 발표까지 시간이 늦어진 것은 은행들과의 협약 때문"이라고 말했다. 앞서 연합회는 우리은행의 입력오류를 지난달 27일 인지했지만 열흘이 지난 이달 8일 수정된 금리를 재공시했다.
박 회장에 따르면 현행 코픽스 운영 협약은 선진국 금융권의 협약을 차용해 금리 발표에 오류가 발견돼도 정정하지 않도록 규정돼 있다. 이번 사태의 경우 예외적으로 이를 고치는 과정에서 은행들 전원의 동의를 구해야 했기 때문에 기간이 길어졌다는 설명이다. 박 회장은 "오류를 안 시점이 얼마 안 됐고 해당 건수 비중이 얼마 안 돼 빨리 고치라고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이어 현행 협약을 오류 정정을 쉽게 하는 쪽으로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에도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뒤늦게 오류를 정정하는 데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 때문이다. 가령 이번과 반대로 정상보다 낮게 공시된 금리를 고치려면 고객에게 이자를 더 내라고 요구해야 하고 상당기간이 흐른 뒤 수정에 나서면 그 사이 이자 문제 등 복잡한 사태가 벌어진다는 것. 그는 "고민해야 할 것은 은행 이득이냐 고객 이득이냐는 차원의 문제와 시기의 문제"라며 "선진국이 오류가 생겨도 뭉개고 지나가는 것은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박 회장의 논리는 지나치게 은행 위주의 발상이라는 비판도 거세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오류 수준이 크지 않을 경우 뒤늦게 이를 고치는 데 따르는 실익 문제는 논란이 따를 수 있다"면서도 "한국은 은행 자율의 금리고시 시스템이 시행된 지 얼마 안돼 이런 실익보다는 신뢰를 쌓는 게 먼저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당분간은 오류를 신속히 정정할 수 있는 제도를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잦은 수정에 따르는 금리지표의 안정성과 소비자 보호라는 양 측면을 고려해 은행권이 합리적인 개선책을 마련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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