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걸, 여 보이, 웨이트리스 등으로 불렸던 카페 여급은 …(중략)…사랑에 눈먼 부나방과 같은 숙명과 열정을 보여 주었다."(29쪽) 1910년대 초반 남대문통 3정목(현재 남대문로 3가)에 있던 '카페 타이거'로 시작한 우리나라의 카페는 당대인에게 일종의 불가사의였다. 식민지의 수도였던 경성 속 모던 보이들의 파라다이스였던 거기서 근대적 인식이 스며들고, 걸맞은 감수성이 똬리 틀었다.
문제는 근대성이다. 사진아카이브 대표 이경민씨는 그 추상적 관념이 살아 숨쉬던 이발소, 미용실, 야시장, 인력거, 유람버스, 동물원, 박람회, 대학가, 도서관 등 10가지 공간을 추적한다. 당대 신문에 게재된 사진 혹은 삽화를 전거로 내세우며 한국 특유의 근대성을 파헤친다.
마네킹걸과 키스걸. 1929년 가을 50일 동안 경성에서 조선총독부 주최로 열렸던 조선박람회장에 등장, 인산인해로 몰려든 세인들의 구설수에 올랐던 풍물이다. 성 상품화라는, 획기적 테마가 저잣거리에 몰고 왔던 갑론을박은 요즘 말로 치면 대중 문화 논쟁의 선구적 모델을 보는 듯한 착각을 경험한다.
성의 상품화가 생활고 때문이라는 견해와, "여자들 직업으로는 꽤 비싼 직업으로 장차 번식될 것"이라는 자못 냉소적인 시각이 부대끼는 양상은 오늘날의 세태 비평을 예견하고 있었다. 이들과 함께 "몇 십 분이고 눈동자나 손끝 발끝도 꼼짝 못하고 많은 호사객 앞에 서고는 몇 푼의 보수를 받는 마네킹 걸"(207쪽)에 이르러 책은 "성을 사고파는 자본주의의 병폐"라는 일반론에 달한다. 대학로라는 명칭이 1985년 군사정권에 의해서가 아니라 1926년 경성제국대학이 설립되면서 붙여진 것이라는 추정과 함께 제시되는 당대 풍물상이 흥미롭다.
2009년 3월~2010년 2월 서울문화재단의 에서 '다시 보는 서울'이란 제하로 연재됐던 글을 토대로 한 책이다. 저자 이경민씨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미시사를 넘어, 현재 한국인의 모습에 내재된 근대적 감수성을 재발견할 수 있도록 했다"며 "사진을 통한 인문학적 사유의 가능성을 실제적으로 모색하는 계기가 되고자 한다"고 밝혔다. 2008년작 의 후속작이다.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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