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음사 13년간 1000만부 아성셰익스피어부터 마르케스까지 고전·현대 문학 거장 두루 아울러● 문학동네 20세기에 초점요사·뮐러 등 노벨상 발표 전에 출간… 소설가 김영하·김연수 번역 작품도● 문학과지성 국내 첫 번역대산문화재단 번역사업 선정작 초역이 전체 출간량의 70% 이상● 창비 제3세계 작품 소개다음주에 도전장… 1차분 11권 출간 중단편 소설집·시선집 포함 차별화● 펭귄코리아 인문·사회 포함마키아벨리 '군주론' 밀 '자유론' 등 최근 '두 도시 이야기' 135번째 펴내● 을유문화사 신뢰할 만한 번역전문 번역가에 맡기기보다 해당 작가 전공자 번역이 원칙
국내 내로라하는 문학출판사들이 세계문학전집에 공을 들이고 있다. 민음사와 문학동네가 11월초 각각 세계문학전집 300번, 100번째 작품집을 내놓는데 이어, 출판사 창비가 다음주 세계문학전집 시리즈를 런칭한다. 전집시장이 다시 주목 받은 것은 2008년 이후다. 2008년 을유문화사와 웅진, 2009년 문학동네, 2010년 시공사가 세계문학전집을 출간하며 세계문학전집 대열에 합류했다. 출판사 편집자들이 말하는 시리즈 특징과 베스트셀러를 소개한다.
▦연간 100억원대 문학전집 시장
국내 세계문학전집은 1955년 고금출판사의 세계문학전집 시리즈(전 4권)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세계문학전집이 활황세를 이룬 건 1960년대와 1970년대 2단 세로쓰기, 양장 제본의 정음사, 을유문화사, 신구문화사의 세계문학전집을 통해서였다. 이후 삼중당 문고로 대표되는 문고판, 1980년대 범우사, 일신서적, 혜원 등의 반양장, 완역본 시대를 거쳤다. 1990년대 시장이 대폭 축소되며, 90년대 후반부터는 민음사가 주도권을 잡았다.
최근 문학출판사들이 세계문학전집 시장에 다시 뛰어든 이유는 무엇보다 시장성이다. 출판관계자들은 갈수록 신작 유통 기간이 짧아지는 출판시장에서, 세계문학전집만큼 단일 브랜드로 꾸준히 사랑받는 효자 상품이 드물다고 입을 모은다. 한 출판사 마케팅 담당자는 "온ㆍ오프라인 서점 결제액 기준으로 연간 80억~90억 원대 시장"이라고 말했다. 대형마트, 홈쇼핑 판매 등을 감안하면 연간 100억 원 이상 시장으로 추정된다.
세계문학전집은 번역, 발간되는 책이 쌓일수록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판매에 가속도가 붙는다. 대표적인 사례가 세계문학전집 시장의 70~80%를 차지하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이다. 출간 첫해인 1998년 15권을 세계문학전집으로 출간했는데, 그 해 판매 부수가 3만 4,503부에 그쳤지만 이 후 2002년까지 매해 100%씩 판매가 성장해 2006년을 기점으로 연간 100만 부 이상 판매되고 있다. 2009년 12월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시리즈가 선보이며 시장 판도가 바뀌리라 예상됐지만, 97번째 소설집을 출간한 현재, 문학동네의 점유율은 10%(온라인 서점 기준)정도다.
해외 판권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민음사가 선두를 달리는 가운데 다음주 창비가 세계문학전집을 출간하며 다시 시장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취향대로 골라보는 세계문학전집
출판사별 문학전집 색깔을 비교해보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은 3년간의 기획에 걸쳐 시장에 나왔다. 김우창 유종호 안삼환 정명환씨를 편집위원으로 동서양을 아우르는 고전문학을 소개하고 있다. 오비디우스, 셰익스피어 등 고전문학의 대가부터 쿤데라, 마르케스, 오르한 파묵 등 현대문학의 거장까지 다양하게 아우른 기획과 순한글 세대의 눈높이에 맞춘 번역으로 시장을 선점했다. 지난 13년간 290여종이 발간됐고, 1,000만부 가량 누적판매를 기록했다.
문학동네의 세계문학전집은 20세기 현대작품에 초점을 둔다. 르 클레지오의 , 옐리네트의 , 필립 로스의 등 생존 작가의 작품이 다수 포함돼 있다. 임선영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팀 차장은 "20세기 작품에 초점을 두고 기획했다. 2009년 바르가스 요사, 2010년 헤르타뮐러 등 노벨상 수상작가의 작품이 발표되기 전 세계문학전집 시리즈로 출간된 데는 그런 배경이 있다"고 말했다. 국내 중견 소설가들이 번역한 문학작품도 맛볼 수 있다. 불문학을 전공한 소설가 최수철은 르 클레지오의 작품을 다수 번역한 바 있는데, 전집에서 를 재번역했다. 소설가 김영하는 스콜 피츠제럴드의 를 번역했고, 김연수 작가는 레이몬드 카버의 을 선보인다.
두 출판사가 다수 보유한 저작권과 기획위원으로 승부를 걸었다면, 문학과지성사의 '대산세계문학총서'는 초역에 초점을 둔 전집이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대산문화재단이 외국문학 번역 지원 사업을 시작하며 이 사업에 선정된 문학작품을 번역, 출간하는 일을 문학과지성사가 담당한 것. 원전을 직접 번역하는 데 초점을 두고 대산문화재단이 번역비와 제작비 일부를 지원하?방식이다. 때문에 초역이 전체 출간량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2001년부터 지금까지 112종이 출간됐고, 25만부 이상 팔리며 대중성도 확보했다.
다음주 출간되는 창비의 세계문학전집은 해외문학전문가로 구성된 편집기획위원과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등 제 3세계 문학작품을 위주로 소개하며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심하은 창비 세계문학팀장은 "2010년 19~20세기 해외단편소설을 소개한'창비세계문학'(전 9권) 반응이 좋아 세계문학전집 시리즈로 기획하게 됐다. 전집에 중단편 소설집, 시선집도 다수 포함시켜 차별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음 주 출간되는 1차분 11권은 괴테의 , 리처드 라이트의 , 세르반테스의 등 비교적 잘 알려진 고전들이다.
한편, 웅진단행본그룹과 펭귄사가 합작해 만든 펭귄코리아의 펭귄클래식은 2008년 10월 첫 권을 내기 시작해 최근 찰스 디킨스의 를 135번째로 냈다. 문학고전뿐만 아니라 마키아벨리의 J S 밀의 등 인문, 사회분야의 고전을 포함시켜 차별화를 꾀한다. 을유문화사의 을유세계문학전집은 번역 수준에서 가장 신뢰할 만하다는 평을 받는다. 전문 번역가보다 해당 작가 전공자에게 번역을 맡기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