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2년 10월 5일 '007' 시리즈의 첫 번째 영화인 '007 살인 번호'(원제 'Dr. No')가 영국 런던 파빌리온 극장에서 첫 선을 보인 지 50년이 지났다. 그동안 정규 시리즈로 23편이 제작되고 6명의 제임스 본드가 탄생했다. 반세기의 역사를 지닌 시리즈답게 '007'에 관한 재미있는 뒷이야기도 많다. '007'에 대해 잘 알려지지 않았던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소개한다.
제임스 본드는 실제 인물일까
원작자 이언 플레밍이 쓴 소설 속 인물인 제임스 본드는 가상의 캐릭터이지만 이름은 실존 인물의 그것을 따왔다. 특이한 건 진짜 제임스 본드(1900~1989)가 비밀요원도 스파이도 아닌 조류학자였다는 것이다. 새 애호가였던 플레밍은 간결하고 남성적이며 낭만적이지 않은 이름을 찾던 중 자메이카 별장에서 보던 책의 저자에서 이름을 따왔다. 플레밍이 본드에게 허락을 구하자 그는 "괜찮다"며 흔쾌히 수락했다고 한다.
오프닝 신의 총구 이미지가 가격표 스티커였다고?
'007' 영화 오프닝 시퀀스에 항상 등장하는 장면이 있다. 총구 속의 제임스 본드가 정면을 바라보고 총을 겨누는 장면은 몬티 노먼의 주제 음악과 함께 시리즈의 성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흥미로운 건 이 타이틀 디자인이 우연의 산물이라는 점이다. 1탄부터 16탄 '살인면허'까지 대부분의 영화에서 타이틀 디자인을 맡았던 모리스 바인더는 소용돌이 모양의 가격표에서 힌트를 얻어 20분 만에 '작품'을 만들어냈다.
클린스 이스트우드, 톰 존스가 제임스 본드 역 제안을?
스파이 영화 역사상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인 제임스 본드 역을 제안 받는다는 것은 남자 배우들에게 큰 영광일 것이다. 그러나 본드 역을 제안 받은 모든 배우가 그렇게 느낀 건 아니었던 모양이다. '300'의 제라드 버틀러는 본드 역이 자신의 배우 경력을 망칠 거라 생각해서 거절했고,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버트 레이놀즈는 영국 배우가 본드 역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캐리 그랜트, 리처드 버튼, 휴 잭맨 등도 본드 역을 거절한 배우들이다. 흑인 배우 윌 스미스와 가수 톰 존스가 본드 역 배우로 논의됐다는 사실도 재미있다.
2대 제임스 본드 조지 라젠비는 왜 한 편 찍고 잘렸나
7명의 본드 중 단 한 편만 찍고 해고된 건 호주 출신 배우 조지 라젠비가 유일하다. 6탄 '007 여왕폐하 대작전'(1969)가 그의 처음이자 마지막 본드 주연작이었다. 당시 최고 인기 모델이었던 그는 꽤나 매력적인 외모를 지니고 있었으나 현장에서 왕따를 자초한 데다 촌스럽고 억센 호주 억양을 숨기지 못해 제작진을 애타게 했다고 한다. 심지어 영화 개봉을 눈앞에 두고 가진 인터뷰에서 "다시는 본드를 연기하지 않겠다"고 말해 제작자를 격노케 했다. 그의 후임은 7탄부터 13탄까지 최장 기간 본드를 연기한 로저 무어다.
본드걸을 위해 자살 소동 벌인 일본 여배우
일본 정부는 5탄 '두번 산다'의 자국 내 촬영을 허락하며 한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일본 여배우를 본드걸로 캐스팅하라는 것. 하마 미에와 와카바야시 아키코가 선택됐다. 문제는 영어 연기였다. 제작진은 아키코와 달리 영어를 잘 하지 못하는 미에를 빼려 했다. 미에는 극단적인 반응으로 맞섰다. 호텔 창문 밖으로 뛰어내리겠다고 협박한 것이다. 제작진은 별 수 없이 미에와 아키코의 배역을 바꿔 미에에게 대사가 거의 없는 역할을 주는 것으로 해프닝을 마무리했다. 미에의 목소리는 그마저도 성우의 그것으로 대체됐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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