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치권이 대선을 앞두고 경제민주화 경쟁에 본격 돌입하면서 관련 법안들의 국회 처리 여부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새누리당은 아직 당 정책위나 선거대책위 차원에서 제출된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은 없다. 대신 '경제민주화실천모임'(대표 남경필 의원)이 관련 논의를 주도하고 있는데, 모임은 11일 현재까지 8호 법안(총 17개 법률 개정안)을 마련해 발의한 상태이다. 특히 대선 공약의 총책을 맡은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이 모임 법안의 국회 통과를 원내지도부에 요청했다는 점에서 법안 상당수가 당의 대선 공약으로 흡수될 것으로 보인다. 모임에서 마련된 법안은 ▦횡령 및 배임죄를 저지른 대기업 총수 등 경제사범 처벌 강화 ▦대기업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금지 ▦순환출자 의결권 제한 ▦금융회사 대주주의 적격성 심사 강화 ▦금산 분리 강화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요건 완화 등을 핵심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에 반해 민주통합당은 12개의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해 제출했다. 민주당의 경우 새누리당이 '경제민주화 이슈'를 선점했다는 점을 감안해 상당히 파격적인 내용을 다수 포함시켰다. 민주당은 ▦출자총액제한제도 도입(10대 기업 대상, 30% 한도) ▦신규 순환출자 금지 및 3년 유예 후 이행강제금 부과 ▦금산 분리 강화 ▦재벌 범죄 사면 제한 ▦대기업 중대 범죄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 고발권 폐지 등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정치권에선 여야가 제출한 법안 중 경제사범에 대한 처벌 강화와 일감 몰아주기 등 불공정거래 해소 관련 법안의 입법화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은 대기업 총수가 횡령ㆍ배임죄를 저지르면 집행유예를 받을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을 모임의 1호 법안으로 제출했다. 개정안은 법원이 형기를 최대한으로 줄여도 형량이 집행유예가 가능한 3년 이하로 내려가지 않도록 했다. 민주당 역시 횡령ㆍ배임에 대해 최저 형량을 5년에서 7년으로 높여 집행유예 선고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도록 했다. 여기에 조세포탈이나 횡령, 재산을 해외로 빼돌리는 등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을 위반한 경우에 대해선 대통령의 사면권을 제한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불공정거래 근절과 관련해선 새누리당은 일감 몰아주기 등에 대한 시정조치와 이행강제금 및 과징금 부과 규정 등을 법안에 포함시켰다. 민주당도 납품 단가 후려치기 등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손해액의 최대 10배) 및 집단소송제 도입 등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여야 간 이견이 크지 않다.
이와 함께 재벌의 신규 순환출자 제한 방안의 입법화 가능성이 점쳐진다. 새누리당의 국민행복추진위원회는 대선 공약으로 재벌의 순환출자 지분에 대해 의결권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의 경우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되 기존 순환출자에 대해선 3년 간 유예한 뒤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마련했다.
금산 분리 강화에 대해선 새누리당과 민주당 모두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지분 보유 한도를 현행 9%에서 4%로 낮추는 법안을 제출했다. 이런 가운데 여야의 경제민주화 정책 수장이 이날 나란히 관련 법안의 입법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새누리당 김종인 위원장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2개 이상의 경제민주화 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민주당 후보 캠프의 이정우 경제민주화위원장도 "재벌 총수들의 기업범죄 사면 제한과 처벌 강화 문제는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일감 몰아주기 근절, 금산 분리에는 큰 이견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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