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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옌 vs 하루키 '中日 대결'… 중국의 승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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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옌 vs 하루키 '中日 대결'… 중국의 승리로

입력
2012.10.11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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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작가 모옌(莫言)의 11일 노벨문학상 수상은 매년 유력 후보로 거론된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가 올해도 상을 놓친 것과 묘하게 대조된다. 중일 양국이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문제를 놓고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어서 더욱 그렇다. 경제나 국제사회 영향력뿐 아니라 문화에서도 그야말로'뜨는 중국'에 '지는 일본'이다.

발표까지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진 노벨문학상 후보를 가늠하기 위해 각국 언론이 곧잘 인용하는 것은 세계 최대 규모라는 영국의 도박사이트 래드브록스가 공개한 작가별 배당 확률이다. 노벨문학상 후보를 점쳐 수상 가능성이 있는 후보에 돈을 거는 이 사이트에서 하루키는 발표 직전까지 배당률 1위를 기록한 작가였다. 모옌은 미국의 포크송 가수 밥 딜런 등에 이어 4위였다. 하지만 수상자를 결정하는 스웨덴의 도박사이트에서는 모옌이 하루키를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1994년 일본 소설가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郞) 이후 아시아 국적 작가의 수상이 없었다는 점도 이런 예상에 힘을 보탰다.

때문에 수상자 발표 수일 전부터 여러 언론들이 올해 노벨문학상이 중일 대결의 모양새라는 데 관심을 보였다. 프랑스 르몽드는 중일 관계가 긴장국면인 상황에서 노벨문학상을 둘러싼 두 나라의 경쟁도 의미가 특별하다는 기사를 썼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는 이런 외신을 인용해 가며 모옌과 하루키가 유력 후보라는 보도를 했다.

중국이 첫 자국 국적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환호하는 것과 정반대로 일본의 낙담은 이만저만 아니다. 하루키가 유력 후보라고 연일 보도하던 일본 언론들은 수상 발표가 나자 '하루키 수상 놓쳐'라는 제목으로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발표 직전 하루키의 수상을 확신하며 '하루키 노벨상 수상식'이라는 제목으로 게시판까지 개설됐던 일본 인터넷과 트위터에서는 '노벨상 놓쳐서 유감'이라는 글이 줄을 이었다. '선정 기준을 알 수 없다'며 불만을 내비치는 글이 있는가 하면 '내년을 다시 기대한다'거나 '노벨상을 받건 못 받건 작품이 훌륭하면 그만'이라고 자위하는 글도 적지 않았다.

하루키는 9일 일본 문화를 해외에 알린 공로를 인정 받은 국제교류기금상 수상식에서 대독한 수상 소감을 통해 "내 작품이 외국에 번역돼 출판된 지 사반세기가 됐다"며 "외국에서 받아들여지는 것이 무엇보다도 기쁘다"고 말했다. 작품성을 떠나 아시아는 물론이고 유럽, 북미 등 50여개국에 작품이 번역된 하루키가 모옌에 비해 대중적인 인지도나 인기가 훨씬 높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모옌의 수상으로 노벨문학상은 대중적인 인기가 높다는 것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는 것을 올해 한 번 더 증명한 셈이 됐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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