밋 롬니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가 세 번째 유턴을 했다. 강경보수에서 중도 노선으로 돌아서는 일환으로 이번에는 낙태에 대한 입장을 살짝 바꿨다. 앞서 롬니는 감세와 건강보험개혁에 대한 기존의 입장을 수정해 '가짜 롬니'논란을 일으켰지만 유권자들은 이런 롬니를 지지했다.
롬니는 9일 "대통령에 당선되면 낙태를 제한하는 법을 만들지 않겠다"며 기존보다 완화된 입장을 나타냈다. 10일에는 "나는 낙태 반대 후보이고, 또 낙태 반대 대통령이 될 것"이라며 다만 민주당 후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폐지한 해외 낙태 지원 금지 법안은 부활시키겠다고 했다. 적극적으로 낙태에 반대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지금까지 당선되면 낙태 허용 판결을 번복할 대법관을 임명하겠다고 말한 것에 비춰보면 입장 변화가 분명해 보인다. 롬니가 강간에 의한 임신마저 낙태를 금하는 공화당의 강경한 입장에서 물러선 것은 여성표 공략을 위해서다. 낙태 문제는 유권자의 절반인 여성들의 선택권과 맞물려 선거 때마다 민감한 이슈로 등장한다.
그러나 롬니가 낙태 허용과 반대 사이를 오락가락한 게 한두 번이 아니어서 이번에도 중도전략이 적중할지는 미지수다. 그는 1994년 상원의원 출마 때 낙태를 지지했고, 2002년 주지사 시절에도 낙태에 찬성했다. 그러다가 2007년 공화당 경선 때는 낙태 반대로 돌아섰다. 올 들어서도 보수 공화당의 지지를 얻기 위해 낙태에 반대했다. 민주당은 누가 진짜 롬니인지 모르겠다면서 여성들은 롬니 말을 믿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오바마는 abc방송 인터뷰에서 "롬니가 1년 반 이상 선거유세에서 밝혀온 입장들을 숨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오른쪽으로 가다가 뒤로 돌아 중도 위치에 선 롬니에 대해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여기에 낡은 중도 롬니가 있다. 이 사람 어디 갔다가 왔나"라며 조소했다. 그러나 롬니의 중도전략은 민주당 비판에도 불구하고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져 대선 핵심 변수로 등장한 상태다. 건강이 좋지 않았던 롬니의 모친은 낙태 권유를 뿌리치고 막내 아들인 그를 낳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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