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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현 교수의 감성의학] 울컥… 발끈… 감성시스템 적신호… 경쟁·빠름 대신 여유로 충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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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현 교수의 감성의학] 울컥… 발끈… 감성시스템 적신호… 경쟁·빠름 대신 여유로 충전을

입력
2012.10.11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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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속 뜨거운 에너지의 폭발에 이어지는 눈가의 촉촉함, '어라 왜 이러지' 당황하며 펑펑 울어버리고 싶은 감정 반응을 가까스로 자제한다, '비행기 안에서 망신 당할 뻔 했네, 평범한 영화 보다 왜 이러지', 영화의 내용은 남북 국가 대표 혼합팀 '코리아' 이야기였다. 남북의 선수가 갈등을 극복하고 한 마음이 되어 중국을 꺾고 우승하는 장면이, 영화로 시간 때우기 하던, 나의 감성을 흔들어 놓은 것이다, 간신히 감성을 제어하는 그 때, 앞 좌석 승객의 의자가 내 쪽으로 확 젖혀지며 무릎을 때리며 약간의 통증을 가져왔다. 그러자 순간 묻지마 범죄 수준의 화가 확 일어나는 것 아닌가, '두 주먹으로 그 남자를 마구 때려주고 싶은' 충동에 나는 어쩔 줄 몰라 했다.

이것을 도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먼 북쪽 동포의 고통을 공감하며 남북이 하나되는 장면에서 굵은 눈물을 흘리게 하면서 동시에 남한 동족의 사소한 실수에 화를 치솟게 하는 내 감성 시스템을.

평균 수명 연장에 공을 세운 으뜸 의학 성과는 감염성 질환의 효과적 치료이다. 약을 쓰고 면역 기능 유지를 위해 몸의 상태를 잘 관리해 주면 세균이란 적을 이길 수 있다. 적이 외부에 있고 그 존재가 명확하면 솔루션이 간단할 수 있는데, 자가 면역 질환은 다르다. 적과 나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으니 치료가 어렵다. 내가 나를 공격하니 나를 파괴하는 약을 함부로 쓸 수도 없고, 스스로의 공격을 막기 위해 면역 시스템 자체를 약화시키면 2차감염 등의 합병증을 일으킨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

명확한 생존의 적인 절대 빈곤은 사라진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보릿고개라는 말을 젊은 세대는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생존에 대한 심리적 공포는 더 커져 있다. '성과주의에 중독된 행복론'이 아군인양 우리 마음에 숨어 들어 '열심히 살자, 그러면 행복이 찾아 올 거야'라 끝이 없는 주문을 걸며 우리의 감성시스템을 소진(burn out)시키고 있다. 삶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앗아가는 소진증후군은 마음의 자가 면역 질환인 것이다.

화는 감성의 면역 반응이다. 투여한 감성 노동의 희생에 비해 공감이라는 심리적 보상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을 때 작동된다. 남한의 하나됨이란 상징에 흘러나온 눈물, 그것은 성과를 위해 내 스스로에게 희생만 강요당하고 있는 내 감성 자아의 한이 아니었나 싶다, '누군가에 깊이 위로 받고 공감 받고 싶다'는. 한이 서린 감성 자아는 작은 외부의 자극에도 분노 반응을 쉽게 일으킨다. 한의 슬픔과 분노는 우리의 감성을 한없이 소진시킨다.

소진된 내 감성 시스템을 다시 충전시키기 위해서는 그 시스템의 속도를 낮추는 여유의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하루에 단 10분만이라도 조용히 사색하며 하늘을 보고 주변 자연의 변화를 느껴보자. 나의 감성에 집중할 때, 나와 주변의 경계가 명확해지며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의 소중함, 내 삶의 의미가 다시 살아난다. 하루 10분, 성과 위주 경쟁 시스템과의 '거리두기' 연습, 소진증후군의 특효약은 '빠름'이 아닌 깊은 '지루함'이다.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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