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3일 오후 3시30분쯤 전남 화순경찰서 112 지령실. 경기지역 모 소방서 119상황실로부터 다급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40대 중반의 남성이 사업문제로 자살을 하려고 하는 것 같다. 휴대폰 신호 위치 추적 결과 화순군 도곡면 도곡온천 주변으로 나왔다"는 내용이었다. 경찰은 즉시 지령실에 구축된 '스마트 치안시스템'에 이 남성의 차량번호를 입력했다. 그로부터 1시간여 후, 해당 차량이 도곡온천 인근 도로를 통과한 모습이 문자판독 폐쇄회로(CC)TV에 찍히면서 관련 정보가 순찰 중인 경찰에 곧바로 통보됐다. 경찰은 인근 야산을 수색해 농약을 마시고 신음 중이던 남성을 발견, 병원으로 옮겨 목숨을 구했다.
전남 화순경찰서가 '똑똑한 CCTV'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지난 6월 전국 최초로 첨단 IT(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치안시스템을 구축한 뒤 절도와 폭력 등 5대 범죄 발생 건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스마트 치안시스템은 경찰청 수배 데이터베이스와 연계된 도로 상의 문자판독 CCTV가 수배차량의 차량번호를 인식하면 그 수배정보를 음성과 문자메시지, 영상으로 변환해 경찰관의 무전기와 휴대폰, 태블릿 PC에 실시간으로 자동 지령을 내리도록 돼있다. 예를 들면 수배차량이 문자판독 CCTV에 찍히면 곧바로 경찰서 지령실 모니터에 음성과 함께 팝업 창에 수배 내용과 차량번호, 차종, 차량사진 등이 뜨면서 실시간 상황전파가 이뤄지는 식이다.
현재 화순 지역에 설치돼 있는 똑똑한 CCTV는 모두 20대. 비록 많지는 않지만 주요 도로 곳곳에 들어서 있어 범죄 수배자 검거는 물론 범죄예방과 인명구조 역할까지 하고 있다.
실제 경찰이 시스템 구축 후 100일간(7월2일~10월9일) 운영한 결과, 중요수배 차량 550여대를 검문, 체포영장이 발부된 수배자와 기소중지자 등 168명을 붙잡았다. 또 도난차량 17대를 회수하고 무면허 운전자 11명도 단속했다. 특히 시스템 운영 초기 하루 평균 100여건 씩 발견되면 수배차량도 30여 건으로 크게 줄어 범죄 수배자가 화순 지역에 발을 못 붙이게 하는 효과도 쏠쏠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도ㆍ절도ㆍ폭력 등 5대 범죄 발생 건수도 지난해 같은 기간(177건)보다 31건이 줄어든 146건으로 소폭 감소했다.
경찰 관계자는 "내달까지 스마트 치안시스템과 연계한 문자판독 CCTV 8대를 추가 설치할 계획"이라며 "과학적인 치안시스템을 통해 전국에서 가장 안전한 화순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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