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사업가로 알려진 A씨는 지난해 일본 의류 도매상한테서 받은 고액 엔화를 여러 사람의 계좌에 이체하거나 자동화기기(ATM)를 통해 수시로 돈을 빼는 등 일반 의류수출입 거래와는 다른 은행거래를 반복했다. 이를 의심스럽게 여긴 은행 직원이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보고했고, FIU는 자금 추적 과정에서 A씨가 '짝퉁' 의류 밀수출업자이고 여러 차명계좌를 통해 엔화 대금을 숨겨왔음을 밝혀냈다. 검찰 수사 결과 A씨가 수출한 의류와 액세서리는 70만 점, 시가로 30억 원이나 됐다.
#.펀드나 적금 등 자산이 없어 평소 은행거래가 뜸했던 B씨는 지난해 갑자기 은행 출입이 잦아졌다. 그것도 여러 사람 명의의 통장을 들고 와 수백만~수천만원의 돈을 빼갔다. FIU는 거래된 통장들이 입금 시엔 주로 자동화기기(ATM)를 통해, 출금 때는 창구에서 여러 사람을 통해 이뤄졌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수사 결과 B씨는 차명으로 위장사업장을 만든 뒤 2만ℓ의 유사 석유를 제조ㆍ판매하고 현금거래와 차명계좌를 이용해 범죄행위를 숨기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FIU의 활약으로 검ㆍ경찰과 국세청 등 법집행 기관에 통보되는 불법행위 건수가 늘고 있다.
10일 금융위원회가 발간한 '자금세탁방지 2011년 연차보고서'를 보면 FIU가 검찰청, 경찰청, 국세청, 관세청, 금융위, 선거관리위원회에 금융거래정보를 제공한 건수는 설립 직후인 2002년 104건에서 지난해 1만3,110건으로 126배 늘었다. 또 이를 근거로 지난 10여 년간 기소되거나 추징당하는 등 조치가 이뤄진 게 1만 건이 넘고 2만3,000여건은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다.
FIU는 범죄 관련 자금세탁과 외환거래를 통한 탈세를 색출하기 위해 2001년 11월 설립된 금융위원회 소속기관이다. FIU는 금융회사가 의심거래를 보고하면 조사에 들어간다. 현행법상 은행 보험사 등 금융회사는 하루 2,000만원 이상 금융거래가 있으면 이를 FIU에 의무적으로 보고하게 돼 있다. 또 자금세탁 등 불법재산이라고 의심될 경우 금액이 1,000만원 이상이거나 외화로 5,000달러 이상이면 역시 보고해야 한다. 이 규정에 따라 이뤄진 자금세탁 의심거래보고가 지난해엔 30만건(32만9,463건)을 넘어섰다. 2010년(23만6,068건)보다 40%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FIU 관계자는 "의심거래의 범죄유형은 조세포탈이 48.2%(8,550건)로 가장 많고 사행행위, 사기ㆍ횡령ㆍ배임, 허위매표전표 작성 등이 뒤를 잇고 있다"며 "통화는 원화거래가 대부분인데 1억원 미만이 전체의 72.3%를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FIU 정보에 대한 수사기관 및 조세기관의 접근이 지나치게 엄격하게 제한돼 있어 국경을 넘나들며 점점 고도화하는 불법 거래와 탈세를 효과적으로 차단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우리나라는 소득파악이 어려운 자영업자 비중이 30% 이상이고 이들의 소득 탈루율도 50%에 육박해 높은 편인데 현금 거래에 대한 감시체제가 없고 FIU의 협조도 미온적이란 것이다.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은 현재 조세범칙 세무조사 사건 등으로 제한돼 있는 FIU정보 활용범위를 국세의 부과ㆍ징수 업무로 확대하는 방안을 담은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지난 8월 대표발의하기도 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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