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3일 스페인의 여성 포뮬러 원(F1) 드라이버인 마리아 드 빌로타(32)는 테스트 주행 중에 큰 사고를 당했다. 맥라렌 드라이버로 테스트를 받는 도중 단 한 번의 스티어링 휠(핸들) 조작 실수로 인해 오른쪽 눈이 실명되는 아찔한 사고였다. F1은 세계 최고의 자동차 경주이니만큼 보다 섬세하고 정교하게 스티어링 휠을 다뤄야 한다. 특히 F1 코리아 그랑프리(12~14일)가 열리는 영암 서킷은 랩마다 기어 변속을 4, 5번을 해야 하는 난코스라 스티어링 휠 조작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코리아 그랑프리는 2010년부터 시작해 3회째를 맡는다. 이번 대회는 올해 20개 대회 중 16라운드에 해당된다. 12개 팀에서 각 2명이 출전해 총 24명이 우승트로피를 놓고 다툰다. 12일 연습주행, 13일 예선이 열린다. 예선은 모두 3차례 열리는데 한 바퀴 랩타임이 가장 빠른 선수가 14일 결선에서 가장 유리한 위치에서 출발하게 된다. 올 시즌 드라이브 랭킹 부문에서 페르난드 알론소(194점ㆍ페라리)와 제바스티안 페텔(190점ㆍ레드불)이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다. 1위 25점, 2위 18점, 3위 15점의 포인트가 부여되기 때문에 이번 대회에서 선두가 바뀔 가능성이 크다.
바쁜 드라이버 20개 이상 버튼 조작
F1 머신의 스티어링 휠은 일반 승용차의 운전대와는 차원이 다르다. 크기가 작고 직사각형에 가깝다. 무엇보다 버튼이 많아 다루기 복잡하다. 윤재수 SBS ESPN 해설위원은 "팀 마다 스티어링 휠이 다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버튼의 개수는 20개가 넘는다"고 털어놓았다. 최대 버튼 개수는 26개에 달한다. F1은 현대 최첨단 기술의 결합체이다 보니 조정 장치 또한 다양하다. 윤 위원은 "7월에 일어난 사고처럼 F1은 단 한번의 조작 실수가 큰 사고로 이어진다. 버튼 조작에 능숙하지 않으면 F1 드라이버가 될 수 없다"며 "F3나 그 아래 급의 드라이버들이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게 바로 F1 머신의 스티어링 휠 컨트롤이다"라고 설명했다. 최대 시속 350㎞를 달리면서 수십 개의 버튼도 자유자재로 조작할 수 있어야만 24명의 F1 드라이버 안에 들 수 있다.
영암 서킷 기어 조작이 변수
F1 머신은 버튼으로 클러치를 조정하는 게 일반 승용차와의 차이점이다. 기어 변속에 필수인 클러치는 다이얼식 버튼을 통해 수시로 조작한다. 클러치 세팅 버튼은 미세한 차이에 따라서 스타트에서 큰 영향을 준다. 윤 위원은 "클러치 세팅은 스타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다. 바퀴가 예열된 상태에 따라 별도로 세팅해야 하기 때문에 정교하게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어는 스티어링 휠 뒤쪽에 4개의 버튼으로 조작이 가능하다. 오른쪽에 업 기어, 왼쪽에는 다운 기어가 놓여있다. 이로 인해 버튼 하나로 얼마든지 변속이 가능하다. 난코스로 정평이 난 영암 서킷은 기어 조작이 우승의 변수가 될 수 있다. 코리아 그랑프리에서 우승 경험이 있는 알론소와 페텔이 올 시즌도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기 때문에 더욱 흥미로운 '스티어링 휠의 전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윤 위원은 "영암 서킷은 섹터3에서 기어 조작을 특히 많이 해야 한다. 그리고 섹터마다 계속해서 세팅을 바꿔야 하기 때문에 자칫 실수라도 하면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스티어링 휠의 비밀
스티어링 휠은 최첨단 기술의 집합체다. 일반 핸들보다 작지만 드라이버가 원하는 모든 기능들이 담겨 있다. 가벼운 게 특징. 탄소 섬유 등으로 만들어져 무게가 1.3㎏에 불과하다. 탈부착이 가능하다는 점도 흥미롭다. 스티어링 휠의 탈부착은 드라이버의 안전을 위한 선택이다. 조정석(콕핏)이 비좁기 때문에 드라이버들은 스티어링 휠을 빼어내고 착석한다. 사고가 났을 때도 조정석에서 빨리 탈출하기 위해 스티어링 휠의 탈부착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드라이버의 안전 기능은 또 있다. 바로 음료 공급 버튼이다. 조정석은 주행 중 50~55도까지 올라간다. 드라이버들은 탈수 현상을 막기 위해 틈틈이 물을 마셔야 한다. 드링크(D) 버튼을 누르면 빨대가 내려와 목을 축일 수 있다. 그러나 드라이버들은 신체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에너지 드링크는 절대로 마시지 않는다. 또 스티어링 휠은 일반 차와 달리 270도까지 회전이 가능하다. 가격은 3,500만원 정도의 고가. 윤 위원은 "드라이버들은 스티어링 휠을 통해서 머신의 상태를 파악한다. 버튼 조작으로 인한 피드백으로 차량의 상태를 점검하기 때문에 레이스 운영에서 미세한 차이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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