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무기시장을 떠들썩하게 했던 영국 방위산업체 BAE 시스템스와 프랑스ㆍ독일 합작사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BAE) 간의 합병 협상이 결국 중단됐다. 영국, 프랑스, 독일 3국 정부가 이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인데, 사상 최대 규모 방산업체의 탄생으로 이어질 뻔 했던 양사의 합병 협상은 사실상 실패로 돌아가게 됐다.
10일 BAE는 “지분을 가진 (세 나라) 정부 간에 합의를 이루지 못해 EADS와 합병 협상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식 발표에서는 3국 정부 간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정리됐으나, 실제 두 회사의 합병이 수포로 돌아간 결정적 이유는 EADS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독일 정부의 반대가 컸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앞서 BAE와 영국 정부는 두 회사가 합병하는 경우, 미국 국방부 측과 지속적으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게 위해 프랑스ㆍ독일 정부가 합병 회사에 대한 영향력을 줄여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그러나 결국 독일 정부가 이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3국 정부는 직간접적으로 두 회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각각 협상과 관련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일단 양사의 합병 협상은 이것으로 모두 종료됐지만, 영국 BBC 방송은 양사 경영진이 수개월 내에 협상을 재개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해 매출 기준으로 록히드 마틴(미국)과 보잉(미국)에 이어 세계3위 방산업체인 BAE는 미국, 호주,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국가와 대규모 무기 공급계약을 맺고 있는 회사다. 항공기 제작사 에어버스의 모기업인 EADS는 세계7위의 방산업체로 주로 유럽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결국 양사는 서로의 영향력을 발판으로 미국과 유럽 시장을 동시에 장악하기 위해 합병을 시도했으나, 정치적인 이유로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 양사의 매출을 합치면 연간 452억달러로 록히드마틴(439억달러)과 보잉(307억달러)를 제치고 세계 1위 방산업체 등극이 가능하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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