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레이스의 선두가 바뀌었다. 여론 지지도에서 줄곧 리드하던 오바마 대통령을 공화당 후보 롬니가 추월했다. 역전의 계기는 지난주 1차 TV 토론에서 롬니 후보가 예상 밖의 압승을 거둔 것이다. 역대 선거에서 TV 토론 승자가 모두 대통령이 된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월터 몬데일과 존 케리는 토론에서 훨씬 앞섰지만 선거에서 패배했다. 다만 3차례 토론을 모두 마친 뒤 유권자 지지도에서 밀린 후보가 다시 역전한 경우는 없다. 그래서 오바마의 위기다.
■ TV 토론에 앞서 전문가들은 오바마의 지지도가 49% 훨씬 아래로 떨어지거나, 롬니의 지지도가 47%를 넘으면 역전 드라마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했다. 복잡한 요인을 헤아린 이런 분석에 비춰보면, 퓨리서치센터의 최근 여론조사에서 롬니가 49%대 45%로 역전한 것은 대세가 뒤바뀐 징표로 볼만 하다. 그러나 갤럽 등의 다른 여론조사는 47% 또는 48% 동률로 나타나 아직은 혼전 상황인 것으로 비친다.
■ 롬니의 약진, 그 디딤돌이 된 TV 토론의 승리 요인은 여러 갈래로 풀이된다. 먼저 정책 측면에서는 세금과 의료복지 등에서 보수우파의 틀을 과감히 깨고 중도 쪽으로 변신을 감행한 것이 꼽힌다. 또 오바마의 실정(失政)을 구체적으로 적시하면서 공격한 것이 돋보였다는 평가다. 이에 비해 오바마는 자신의 정책과 실적을 설명하는 데 치중, 시골 대학교수의 딱딱한 강의처럼 지루한 느낌을 주었다.
■ 무엇보다 결정적인 요인은 롬니의 자신감과 열정에 찬 모습이었다. 그는 특정 유권자의 구체적 사례를 들어가며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다짐을 되풀이했다. 반면 오바마는 지나치게 진지한 태도로 일관, 유권자들에게 희망과 낙관을 주지 못했다는 평가다. 이를 한마디로 요약해 '대통령다운 후보'의 모습을 보였느냐가 토론 승부와 여론 향배를 갈랐다는 분석이 눈길을 끈다. 머지않아 TV 토론에서 맞붙을 우리 대선 주자들은 어떤 모습을 보일까. 그걸 미리 상상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하다.
강병태 논설고문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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