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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세상보기/10월 11일] 정치가 삶을 바꿀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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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세상보기/10월 11일] 정치가 삶을 바꿀 수 있을까

입력
2012.10.10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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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이라면 지난 대선 현 대통령이 내세웠던 '747 공약'의 비현실성에 코웃음을 칠 것이다. 연 7% 성장, 10년내 국민소득 4만달러 달성, 이로서 세계 7위 경제대국이 되겠다는 그 공약이 터무니없이 비현실적인 것이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747 공약'을 비웃는 이들이 흔히 믿는, 새누리당과 박근혜의 집권을 저지하면 서민들이 잘 살게 될 거라는 믿음은 얼마나 현실적일까.

'그놈이 그놈'이라는 냉소주의자들의 인식에 동조하는 것도, 각론 없이 총론만 있는 어떤 종류의 좌파비평처럼 "보수후보는 똑같다"고 말하려는 것도 아니다. 새누리당 정권과 민주통합당 정권의 분명한 차이가 있다. 그 차이를 영향받는 직업군으로 표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문화산업이나 IT 산업종사자들에겐 정권교체가 이롭다. 새누리당엔 해당 산업에 대한 이해가 없는 것으로 판단되고, 강력범죄가 일어날 때마다 콘텐츠 생산자에게 그 책임을 돌리기 일쑤니까. 지난 5년을 본다면 방송국 노동자들에게도 민주당이 더 좋을 것이다. 진보언론들은 말할 것도 없다. 정권에 따라 정부 부처와 공기업의 광고가 배분되는 기준 자체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회사가 대북사업에 뛰어들었다가 발이 묶인 상황이라면 민주당 정권이 환영할만한 일일 것이다. 또 정치 사회 문제에 관련된 텍스트를 생산하는 일부 출판업자와 글쟁이들에게도 민주당 정권이 이로울 것이다. 투표시간 연장에 반대하는 것에서도 보여지듯 새누리당의 전략은 기본적으로 시민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을 줄이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단은, 여기까지다. 개혁정권이 이 이상의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서는 비상한 준비와 엄청난 결단이 필요하다. 이명박 정부 들어 먹고 살기가 훨씬 힘들어지지 않았느냐고 반문하지는 말자. 그들의 경제정책을 옹호할 의사는 추호도 없지만, 세계경제가 호황기였던 참여정부 시절과 비교하는 것은 반칙에 가깝다. 참여정부 시절에도 사람들은 이전보다 먹고 살기 힘들어졌다고 생각했다. 양극화 지수가 악화되는 등 그렇게 생각할 충분한 근거가 있었다. 내년에 개혁정부가 들어선다 해도 사람들은 이명박 정부 때보다 먹고 살기 힘들어졌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 서민들의 삶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피로감이 누적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크게 보아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착취하는 기업생태계 문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가 현격한 노동시장 문제, 최저임금도 못 버는 영세자영업자를 양산한 구조의 문제를 포괄적으로 해결해야 서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시킬 수 있을 게다. 노조가 만들어낸 '좋은 일자리'(정규직)를 구조조정하고 '나쁜 일자리'(비정규직)를 늘려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나 진배없는 전경련과 보수적인 경제학자들에 맞서, 복지정책 및 최저임금 인상으로 '나쁜 일자리'(영세자영업자 및 비정규직)의 구조조정을 유도하고 대기업 일자리 나누기 및 중소기업에 우호적인 경제생태계의 확립으로 '좋은 일자리'(대중소기업의 정규직)를 늘리자고 주장해야 하고 그 주장을 실현해 나갈 정책의 각론을 확립해야 서민들의 삶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현재 선거판에 횡행하는 경제민주화니 복지국가니 하는 말의 성찬 뒤에 숨어 있는 정책들이 이 문제를 제대로 타격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재벌개혁을 중시하는 이들과 금융자본주의 비판이 더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믿는 이들의 논쟁 사이에서 문재인 진영과 안철수 진영이 어떤 균형을 잡고 있는지도 확인할 수 없다. 야권후보들은 삶을 바꿀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유권자들의 지지를 이끌어내야만 한다. 맹목적으로 새누리당이 친일 독재 수구 부패 세력이고 그들만을 막으면 된다는 식으로는 소수의 '빠'와 다수의 '까'만을 양산할 뿐이다. 닥치고 정치, 묻지마 단일화의 조류 속에서 이런 문제를 고민하는 이들이 그립다. 정치공학적으로야 흥미진진한 3파전일지 모르나, 정치가 삶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유지하고픈 사람에게 진보진영마저 무력해진 이번 대선은 2007년만큼이나 괴롭다.

한윤형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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