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다 커피 마시잖아. 부처님도 요즘 태어났으면 커피를 마셨을 거야."
강릉 시내에서 오대산 쪽으로 6번 국도를 타고 가다 보면 만월산 중턱에 아담한 절 현덕사가 나온다. 세운 지 10여 년밖에 안 됐지만 시멘트를 쓰지 않고 나무와 돌, 흙으로만 지어 오래 묵은 절집처럼 아늑하다. 이 절에 가면 대웅전 마당에서 직접 커피 콩을 볶아서 맷돌로 간 원두 커피를 음미할 수 있다.
"밥이든 차든 다 그 뜻을 생각하며 몸에 받아들여야 한다."주지 현종 스님은 말했다. "인스턴트 커피, 기계로 볶은 커피만 마시는 사람들이 절에 와서라도 제대로 커피를 마셔봐야지. 일상 다반사가 그대로 부처님 법이야."
현덕사 커피 로스팅은 복잡하지 않다. 그냥 주방에서 쓰는 프라이팬이나 구멍을 숭숭 뚫어 만든 직화 냄비에 원두를 넣어 가스불에 볶는다. 로스팅 자체보단 향을 맡고 촉감을 느끼는 행위 속에 여여(如如)한 부처의 마음을 느껴보는 것이 목적. 직접 볶고, 갈고, 내리며 기다림의 미학을 체험해 볼 수 있다.
현덕사에선 템플 스테이도 한다. 다른 절과 달리 발우에 생두를 담아 준다. 직접 볶고 갈아서 마셔보라는 것. 처음엔 키득대는 참가자들도 솔향 속에 커피를 볶으며 고요한 입정(入定)에 드는 경험을 한다. 바닷가 절답게 요트 체험도 할 수 있다. 현덕사 (033)661-5878
강릉=글ㆍ사진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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