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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10월 11일] 뭘 좀 하고 말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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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10월 11일] 뭘 좀 하고 말합시다

입력
2012.10.10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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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1학년 때였나, 살던 집 앞에 더러운 개천이 흐르고 있었다. 어느 날 밤 집에 온 손님을 배웅하러 온 식구가 나갔다가 큰 사건이 벌어졌으니 글쎄 네 살이던 여동생이 그 개천으로 떨어졌던 것이다. 집에서 키우던 진돗개가 발을 헛디디자 동생이 그 개를 따랐던 것.

개보다 더한 충성으로 개 이름 부르다 엄마야, 외마디 지르고 사라진 동생이었는데 그 즉시 풍덩 소리와 함께 뛰어드는 한 여인이 있었으니 잠시 후 한 손에는 동생을 또 한 손에는 개를 안고 원더우먼처럼 등장한 엄마라니.

모양새가 애매해진 건 다름 아닌 아빠였다. 아빠라고 걱정을 안 했을까. 아빠라고 딸을 구하고 싶지 않았을까. 타이밍이라는 게 있다면 아빠의 시계가 좀 늦게 돌았다는 거고, 보다 이성적인 방법으로 사건을 종료시키고 싶었다는 간절한 바람이 앞서서였다지만 어쨌거나 동생을 살린 건 그 어떤 것도 묻고 따질 줄 모르던 모성이라는 엄마의 뜨거운 피 때문이지 않았던가.

소말리아 해적단에 우리 선원 4명이 억류된 지 531일째라지. 요구한 몸값이 너무 비싸네, 선적의 주인이 싱가포르네, 그 사실 여부를 다 떠나서 우리 정부가 지금껏 무슨 노력을 기울였는지 어디 속 시원히 얘기라도 듣고 싶어졌다. 자기 자식이 납치된 상황이라도 이렇게 강 건너 불구경에 뒷짐 지고 힐끔거림이 다일까. 김장훈이 아니더라도 이 나라 떠나고픈 사람들 많아질까 몰라.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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