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오전 서울지하철 2ㆍ4호선 환승역인 사당역 3번 출구로 승객들이 밀물처럼 밀려 들어갔다. 이날은 올 8월 7일부터 차단됐던 3번 출구가 재개통 된 첫날. 한달 보름 간의 공사를 거쳐 기존 1인용(폭 60㎝)이던 하행선 에스컬레이터가 2인용(폭 100㎝)으로 교체되자 출근길 풍경은 사뭇 달라졌다.
공사 전만 해도 1인용 에스컬레이터를 순서대로 내려가기 위해 우르르 달려가던 승객들은 한 줄로 서서 차례를 기다려야 했다. 3번 출구 부근 버스정류장에 경기광역버스 여러 대가 정차하면 줄이 수십 m나 늘어졌고, 1분이 아쉬운 승객들은 아예 90m 떨어진 2번 출구를 향해 내달리기도 했다.
그러나 에스컬레이터가 2인용으로 바뀌면서 두 명씩 동시에 이용이 가능해져 줄은 사라졌다. 3번 출구 정체가 해소되면서 2ㆍ4호선 운영사인 서울메트로는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지만 당초 수요예측이 정확했다면 1인용을 2인용으로 바꾸는데 들어간 추가 예산을 절약할 수 있었다.
25일 서울메트로에 따르면 계단식 통로였던 사당역 3번 출구는 장애인과 노약자 등 교통약자를 위해 2009년 3월 에스컬레이터로 교체됐다. 이를 위해 2008년 7월부터 약 8개월 간 3번 출구를 막고 공사를 했다. 사업비도 약 6억원이 들어갔다.
승객들의 대기 줄은 계단이 에스컬레이터로 바뀌자 늘어지기 시작했다. 민원도 빗발쳤다. 서울메트로는 3년을 끌다 올해들어 예산 1억5,000만원을 책정, 하행선만 2인용으로 교체했다. 서울메트로가 운영하는 역사 중 에스컬레이터 상ㆍ하행선 용량이 다른 곳은 사당역 3번 출구가 유일해졌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2008년에는 광역버스가 지금보다 적었고, 국내 어느 에스컬레이터도 상ㆍ하행선 용량에 차이가 있는 곳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는 당초 사당역 주변의 유동인구 흐름을 전혀 감안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운행 중인 경기광역버스 10개 노선 154대의 종점이 사당역이다. 서울방면 버스승객들은 하차 뒤 3번 출구로 들어가지만 퇴근 때는 반대편 4번 출구를 이용한다. 3번 출구는 내려가는 승객이 넘치고 4번 출구는 올라가는 승객이 많을 수밖에 없다. 처음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했을 때도 상황은 같았다.
수원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강모(37)씨는 "처음부터 하행선을 2인용으로 했으면 3년간 불편을 겪지 않았고, 추가 공사도 필요 없었을 것"이라며 "이런 시행착오가 다시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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