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은평구 갈현동에 위치한 동성슈퍼의 전대환(61)사장은 2010년 5월 바로 옆 골목에 대형 슈퍼마켓(SSM) 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입점 소식을 전해 들은 주민들로부터 "가게가 망하지는 않을까 걱정된다"는 동정을 샀다. 여기에다 2㎞ 정도 떨어진 곳에 이마트 응암점이 먼저 개점하자 전 사장은 매출이 하루가 다르게 줄어드는 것을 실감했다. "언제쯤 폐업을 선언해야 하나"고민하던 그였지만 오히려 이대로 물러설 수 없다는 오기가 발동했다. 가게를 살릴 방법을 고민하던 그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개장에 맞춰 맞불작전에 나섰다. 자신 가게에 '신바람 나는 마트'라는 대형 현수막을 내건 전 사장은 1억5,000만원을 들여 매장 리모델링 공사를 마치고 유통 공룡들과 죽기살기로 경쟁을 펼쳤다, "그야 말로 역발상이었죠. 다들 가게 문 닫는다고 난리인데 '신바람이 난다' 했으니까요. 26년간 이 곳에서 장사를 한 경험을 살려 주민들의 기호에 맞게 매장을 다시 구성했어요. 그러다 보니 자신감이 생기더라구요." 전씨의 남다른'파이팅'으로 동성슈퍼의 1일 매출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입점하기 전보다 2∼3배 뛰었고 손님들이 모여들면서 2명이던 직원도 9명으로까지 늘었다.
대형 마트와 SSM이 골목 상권까지 진출하면서 지역 중소자영업자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중소기업 연구원이 펴낸 '중소기업포커스'에 따르면 SSM 진출 이후 반경 1㎞ 이내 300개 소매점포의 매출을 조사한 결과, 이들은 1일 평균 매출이 120만원에서 85만원으로 34% 줄었고, 고객도 127명에서 80명으로 37%가 줄었다.
그러나 이 같은 악조건 속에서도 위기를 기회로 삼아 혁신과 차별화를 통해 생존에 성공하는 중소자영업자 및 전통시장도 하나 둘 등장하고 있다.
서울시 중랑구 망우동에 자리한 우림시장은 그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2000년부터 중랑구내에 대형 마트가 5개나 입점하자 196개 영세상인들로 구성된 우림시장은 생존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상인들은 전국 최초로 시장 내 금연을 선포하고 고객들에게 카트기와 무료 주차장을 제공하는 등 시장 혁신에 나섰다. 또 시장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상인들이 출연하는 연극을 공연하는 등 스토리가 있는 시장문화를 조성했다. 이미희 우림 시장상인회 실장은 "최근 매출이 20∼30%씩 늘어났다"며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 제공을 통해 대형 마트와 차별화를 꾀한 것이 주효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와 다른 지자체들도 중소상인과 전통시장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각종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서울시는 2010년부터 SSM 인근 300개 소매점포를 대상으로 39명의 유통 및 경영 관련 전문가를 투입해 경영 전반에 관한 자문을 해주는 '슈퍼 닥터'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서울시가 올해 상반기 슈퍼닥터로부터 컨설팅을 받은 109개 소매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79.2%가 '실질적으로 도움이 됐다'고 응답했다.
서울시는 내년 1월 개장할 동네 슈퍼 전용 물류센터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서초구 양재동의 양곡도매시장 창고를 리모델링해 세워질 '중소유통 공동물류센터'는 3,800㎡ 규모로 매일 1,500개 물품을 서울시내 중소 유통 매장에 공급하게 된다. 서울시는 물류센터 개장으로 대형마트와 SSM의 물류 시스템과 규모를 쫓아가지 못하는 중소상인들이 가격경쟁력 확보와 판매 정보 공유화를 통해 자생력 확보를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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