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대법원장이 27일 취임 1주년을 맞는다. 사법부 신뢰 제고를 위해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하고, 평생법관제 등을 통해 조직 내부를 안정시키는 데 주안점을 둔 1년이었다는 평가다. 하지만 취임 직후 영화 '도가니' 열풍으로 사법부의 신뢰가 추락하는 외풍을 겪는 등 순탄치만은 않았던 시기다.
양 대법원장은 취임 직후부터 '법원은 국민 속으로, 국민은 법원 속으로'라는 기치 아래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해왔다. 서울과 부산 등 전국 12개 법원에 시민사법위원회와 참여단을 구성, 시민이 직접 사법행정에 적극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것도 그 일환이었다.
국민참여재판의 정착도 성과로 평가된다. 2008년 시행 초기 64건에 불과했던 국민참여재판은 2009년 95건, 2010년 162건, 양 대법원장이 취임한 지난해에는 253건으로 급증했다. 대법원은 지난 7월부터 형사합의재판 전체로 국민참여재판을 확대하고, 곧 민사재판에까지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양 대법원장은 또 "1심 결과가 거의 바뀌지 않는 것이 이상적인 사법제도"라며 하급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일정 경력 이상의 법관에게 단독재판부를 맡기는 등 1심 법원 재판부의 역량을 강화한 것은 그 의중이 반영된 것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민ㆍ형사사건 항소율이 감소하고, 민사사건 조정화해율이 증가하는 등 의미있는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고 말했다.
평생법관제는 양 대법원장이 특히 역점을 두는 제도다. 법원 내 서열이나 사법연수원 기수에 관계없이 법관이 정년퇴임 전까지 계속 재판을 하게 하는 제도로, 이를 통해 전관예우 등의 부작용을 해소하겠다는 것이 양 대법원장의 복안이었다. 이에 따라 올해 초 지방법원장 출신 5명이 고등법원 부장판사로 복귀했다.
반면 영화 '도가니'의 개봉과 함께 법원이 장애인 대상 성범죄자에 솜방망이 처벌을 했다는 국민적 공분이 쏟아지며 사법불신 바람이 불고, 일부 판사들이 SNS를 통해 정치적 의견을 피력하는가 하면, 서기호 전 판사의 재임용 탈락으로 3년 만에 전국 곳곳에서 판사회의가 열린 일 등은 양 대법원장의 리더십에 위기를 초래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대법관 임명, 헌법재판관 인선 과정에서 '남성 고위 엘리트 법관' 위주로 후보자를 선택함으로써 양 대법원장이 소수자의 목소리를 대변할 여성ㆍ재야 인사들을 배제했다는 지적과 함께 사법부 보수화 우려를 낳았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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