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트할 때 흔히 쓰는 A4용지의 규격은 297㎜×210㎜이다. 숫자가 정확하게 맞아 떨어지지 않는 규격이라 볼 때마다 왜 이렇게 정했을지 의문이 생기곤 한다. 이런 의문을 담고 있는 A4용지만큼 수학 개념을 익히기 좋은 생활 속 소재도 없다.
A4용지의 규격에 대한 가장 많은 오해는 가로 세로의 비율이 황금비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황금비와는 관계가 없다. 황금비는 1 대 1.618이지만 A4용지의 가로 세로 비율은 1 대 1.414이다. B4용지 규격은 257㎜×364㎜로 가로 세로 비율은 A4와 비슷한 1 대 1.416이다. A열 용지, B열 용지 모두 가로 세로의 비가 대략 1 대 1.414인 닮음도형이다.
이 규격의 비밀은 경제성이 있다. 은 A0용지를 반씩 자를 때 나오는 종이의 규격을 표시한 것이다. A0용지를 절반으로 자르면 A1용지가, A1을 다시 반으로 자르면 A2용지가 나오는데 각각의 용지 규격은 모두 가로 세로 비율이 같은 닮음도형이다. 그 이유가 바로 어떤 규격의 종이라도 절반으로 자르면 남는 종이가 또 다른 규격의 용지로 사용하기 위해서인 것이다. 예를 들면 A3 크기의 책을 만들고 남은 종이는 다음에 A3, A4, A5 등의 종이로 활용할 수 있다.
이 규격의 비를 이차방정식으로 구하면 가로와 세로의 비는 1 대 √2, 즉 1 대 1.414가 나온다. 중학교 2, 3학년에 배우는 내용이지만 이차방정식과 무리수를 모르는 초등학교 5, 6학년에게도 가르칠 수 있다. 종이를 잘랐을 때 닮음이 되는 규격을 만들기 위해서 와 같이 한 변을 미지수로 놓고 비례식을 세우도록 하면 충분하다. 실제 종이 규격의 비는 A3, A4, A5, B5 등을 관찰하여 귀납적 찾으면 된다. 좀 더 나아가 이차방정식을 보여주고 중학교 때 배우게 될 내용이라고 알려줘 학생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할 수도 있다.
초등학교 2학년에게는 용지 간 숨은 규칙을 찾게 하고 넓이를 비교하며 분수의 개념을 익힐 수 있다. A0 한 장을 A4 크기로 자르면 16장이 나온다. 즉 A4용지의 넓이는 A0용지의 16분의 1이다. A3용지의 넓이는 A0의 8분의 1이다.
A4용지 한 장에 수학의 원리와 경제의 논리가 모두 들어가 있는 셈이다.
천종현 소마사고력수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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