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의 글은 총 일곱 개의 단락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마지막 두 단락을 제외하면 글의 내용이 전체적으로 선행 텍스트인 한국일보 기사를 적당히 배치만 바꿔서 재서술한 것이어서 실망스럽다. 대부분의 문장과 표현이 기사 내용과 일치하고 있어서 학생 자신의 독창적인 글이라고 볼 수 없다. 간단히 말해서 표절이다. 아직 어린 학생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정상 참작할 여지는 있지만 다른 사람의 글을 베껴 쓰는 것은 엄연히 범죄 행위다.
설사 이 부분이 표절이 아니라고 해도 이 글은 간과할 수 없는 단점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일곱 단락 중 첫 다섯 단락을 화제 제시에 할애하는 것은 구성상 어색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물론 서두에서 화제를 제시하기 위해 배경이 되는 기사 내용을 인용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지만, 한 단락 정도의 분량이면 충분하다. 일곱 단락 중 다섯 개가 서론 역할을 하는 것은 바람직한 글쓰기 방식이라 할 수 없다. 논술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글쓴이의 주장을 전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부분의 분량을 과감히 줄이고 학생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데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이 글이 가진 또 하나의 문제는 글이 너무 평면적이라는 것이다. '고시생들이 값싸게 먹을 수 있는 밥이 사라진다니 그거 문제군' 정도의 단순한 문제의식으로 쓰여졌기 때문에 읽는 사람의 폭넓은 공감을 얻는데 실패하고 있다. 학생 글의 주장을 간략히 요약하자면 컵밥이 사라지게 되면 "우리나라의 인재를 길러내는" 노량진 고시생들의 경제적 부담이 커지게 된다는 것이다. 그게 전부다. 한국의 인재를 길러내는 곳이 대학과 같은 교육기관이 아니라 노량진 학원가라는 과감한 주장에도 동의하기 어렵지만(인재들이 모이는 곳이라면 모를까), 고시생들의 식대 부담이 늘어나는 것이 왜 문제인지 학생의 글은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있다. 학생은 그 자체를 "근본적인 이유"라고 썼지만 여기에 동의할 사람은 비록 있다 해도 극히 드물 것이다. 결국 글의 결론, 대전제, 소전제가 유기성이 떨어져 설득력 없는 글이 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앞에서 '마지막 두 단락을 제외하면'이라고 썼지만 사실 이 부분도 어색하기는 마찬가지다. 가령 여섯 번째 단락 첫 번째 문장에서 학생이 자신의 견해를 제출하는 방식을 보자. "'고시생들의 일상과 매우 밀접하게 관련된 컵밥거리가 자취를 감추지는 않을까'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는 것인데,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는 것이 자신의 주장이 될 수는 없다. 독자들이 알고 싶은 것은 우려의 목소리가 큰지 작은지가 아니라 논술문을 쓴 사람의 고유한 견해이다. 덧붙여 말하자면 어떤 사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고 하여 그것을 반대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어떤 사태에 대해 찬성하는 목소리가 높다고 해서 그것을 지지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한 가지 쟁점을 다양한 관점에서 통찰하고 깊이 있게 검토하는 것이 바로 비판적 이성이 할 일이다.
마지막 단락도 마찬가지다. "다시 한 번 심도 있게 검토해야 한다", "무리가 있다"는 막연한 표현보다는 글쓴이의 주장을 선명하게 드러낼 수 있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그 뒤에 학생의 주장이 잠깐 나오긴 하지만 앞에서 큰 의미 없는 표현을 중언부언하다가 글의 마지막 부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자신의 주장을 드러내는 것은 구성상의 단점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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